속보=지난 19일 전남 신안 장산도 해상에서 267명을 태운 2만6천t급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를 들이박고 좌초한 것과 관련해 항해 책임자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해경 초기 수사에서 확인됐다.
20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해경은 퀸제누비아2호 주요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 협수로 구간 내 자동 운항 전환 탓에 여객선과 무인도 간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선박 조종은 일등 항해사 A씨가 담당했다. 휴대전화를 보느라 수동으로 운항해야 하는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조종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선박은 변침(방향 전환) 시기를 놓쳤고, 무인도로 돌진해 선체 절반가량이 걸터앉는 사고로 이어졌다.
A씨는 사고 발생 시간대 당직자였는데, 당시 선장은 일시적으로 조타실에서 자리를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교통관제센터(VTS)를 통해 해경에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를 최초로 신고한 사람은 A씨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지점인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은 연안 여객선들의 항로가 빼곡한 협수로에 속한다.
협수로에서는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해 통상 선박은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해 운항하지 않는다.
해경은 운항 과실이 드러난 만큼 관련자들을 형사 처분할 방침이다.
제주에서 전날 오후 4시 45분께 승객 246명, 승무원 21명 등 267명을 태우고 목포를 향해 출발한 퀸제누비아2호는 같은 날 오후 8시 16분께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인 족도 위에 선체가 절반가량 올라서며 좌초했다.
좌초 당시 충격으로 통증을 호소한 승객 30명이 병원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어지럼증·두통 등을 호소한 26명은 이상 소견이 없어 퇴원해 집이나 인근 숙박업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병원 치료를 받은 나머지 4명은 중상자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뇌진탕·둔부타박상·요추염좌 등 증상을 보여 입원 치료를 이어가기로 했다.
당초 이날 새벽까지 부상자는 27명으로 집계됐으나 행정 당국이 병원별 후송 명단을 재차 확인해 탑승객 3명이 스스로 병원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총 30명으로 늘어났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탑승객들은 좌초 충격 여파로 허리·어깨 통증, 현기증 등을 호소하며 진료받았다.
부상자 중에는 임산부 1명도 포함됐는데, 인근 산부인과에서 태동 검사를 한 결과 뚜렷한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아 퇴원했다.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은 승객 216명 중 143명은 목포 소재 2개 호텔에서 머물렀고, 나머지 73명은 집으로 돌아갔다.
목포시 관계자는 "승객 대부분이 크게 다치지 않고 귀가하게 돼서 다행이다"며 "남아 있는 입원 환자들도 경상자로 파악돼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해경의 도움을 받아 부두에 도착한 승객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몸을 떨었다.
짐꾸러미를 들고 뭍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에야 안심한 듯 주먹으로 가슴팍을 내려치는 승객도 있었다.
탑승객 이명갑 씨는 "굉음이 나자마자 선체 밖으로 나왔다"며 "아직도 무섭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로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부두로 뛰어온 가족, 지인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인근 숙박업소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 승객에게 손을 흔들며 "다행이다"고 울먹이고, 승객은 다시 버스에서 내려 지인을 끌어안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기도 했다.
사고 초기 현장을 통제하거나 상황을 알려주는 승무원이 없었다는 불만도 나왔다.
한 승객은 "배가 섬에 얹혀있는데, 승객들이 뱃머리에 모여있는 동안에도 선내 방송은 한참 후에야 나왔다"며 "우왕좌왕하는 상황인데도 '모여서 기다리라'는 방송이 전부였다"고 전했다.
당시 파도는 거세지 않았고 물결도 잔잔했고, 사고 전까지 운항도 정상적이었다고 승객들은 전했다.
한편, 무인도에 좌초했다가 9시간여만에 인근 항구로 입항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사고 조사와 안전 점검 등을 이유로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목포해경은 20일 퀸제누비아2호의 좌초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선체 조사를 시작한다.
해경은 선체 내·외부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와 항해기록저장장치 등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선체가 섬에 올라타듯 좌초된 만큼 향후 운항을 위한 안전점검도 동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선사인 씨월드고속훼리 측은 조사와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하고 이날 정기운항편을 결항한다고 공지했다.
선사 측은 또 이날 오전 후속 수습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승객들에게 여객선에 실려있는 차량과 화물을 하선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승객들은 관계기관의 안전 및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차량과 수화물을 수령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