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령 터널 개통에 발맞춰 영서내륙권의 연계 발전방안을 찾기 위해 강원일보와 춘천시·양구군·화천군이 공동주최한 전문가 토론회가 지난 23일 한림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접근성 개선에 따른 3개 지역의 발전효과는 극대화 하고,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할 전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토론회 요지를 정리했다.
수송비·시간 단축·사고 감소 효과 교통량 2배 늘듯
기업유치·유통구조 변화·관광객 증가 기대감 증폭
인구 유출 소상공인 피해 등 부정적 효과 대책 시급
춘천 허브도시 역할 부여 화천·양구 발전 도모해야
■사회
하동익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발 제
◆노승만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국도 46호선 확·포장사업의 일환으로 배후령 터널 5.1㎞를 개통하는데 8년이 걸렸다. 이론적으로는 교통시간은 35분에서 25분으로 단축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시간편익이 1일에 5억원 정도다. 교통량도 일일평균 5,502대에서 2020년에는 9,620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기대되는 직접효과는 수송비용, 시간 단축, 사고발생 감축 등이다. 간접적으로는 토지가격 상승, 인구유입, 유통물류비용도 절약될 것이다.
접근성이 개선될 때 가장 기대하는 것이 인구와 산업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상주인구가 늘어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대신 유동인구와 관광객 수는 많아진다. 일반적으로 '개통 후 3개월'의 변화가 크다. 일종의 '개장 효과'인데, 호기심에 찾는 사람도 많다. 이 유동인구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특성화된 관광시설, 숙박시설 확충과 대중교통 체계 개선이 돼야 한다.
앞으로 춘천 화천 양구 3개 지역이 터널을 중심으로 트라이앵글을 이루며 파이를 나눠 가질 텐데, 화천·양구군에서는 상권과 교육·소규모 의료시설 이용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개통에 따른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파이'는 결국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나눠지는 법이다. 또 도시 간의 뺏고 빼앗기기 식의'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파이 전체를 키우며 균형을 찾아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김두식 양구부군수=“소양강댐 건설 이후 양구군은 개발 소외지역이었다. 이번 터널 개통은 '실크로드' 같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동거리가 춘천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1시간대로 단축되는데, 기업유치를 용이하게 하고 유통구조의 변화로 농산물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관광객도 지난해 양구군은 37만명 정도였는데, 이후에는 50만명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출퇴근 인구 증가, 지역상권 위축 같은 부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양구군은 단·장기적으로 국도 31·46호선 직선화 개량과 춘천~양구~속초간 동서고속화 철도 개설과 양구와 경북 영천을 연결해 국가 기간 교통망 남북 6축을 구축하는 것으로 SOC(사회간접자본)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접경지역개발사업의 체계적 추진, DMZ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 펀치볼 지구에 신재생에너지 발전파크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청정 휴양지'란 지역 이미지를 극대화 하는 전략도 갖고 있다. 산채식물과 지역 특산물인 멜론·수박을 소득작물로 확대하고 전원마을 조성, 산촌 유학프로그램 확대로 귀농인구를 유입할 계획이다. 또 춘천과 30분대 통학이 가능한데, 청소년·청년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군에서 통학버스도 운행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상권이 죽지 않도록 경영안정자금 지원과 경영컨설팅으로 각별히 신경 쓸 계획이다. 볼거리와 먹거리 개발을 위해 '양구 5일장'을 올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고, 아토피 치료와 같은 의료관광지로도 활성화해나가겠다.”
-토 론
◆김승종 국토연구원 토지주택연구본부 박사=“교통망이 개선됐다고 모든 것이 나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자체에서 교통망과 관련한 지역개발 사업, 특화전략이 필요하다. 시·군 단위의 계획도 있겠지만, 광역적인 측면에서 실행 가능한 종합발전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이런 계획을 수립할 때 고려할 점을 말하고 싶다. 우선 최근 국내 공공기관과 가계부채가 3,000조원에 달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또 저출산 인구감소로 개발수요도 감소될 전망이어서 공간계획 등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며, 강원도의 자연적 이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남형우 한림성심대 건축학과 교수=“춘천시와 양구·화천군은 다른 관점에서 도시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춘천시는 도청 소재지임에도 배후도시 연결망이 취약해서 모도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배후령 터널 개통은 분명히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제 수도권과 춘천, 나아가 양구·화천의 연계개발이 가능해졌다. 이제 춘천시 도시계획은 어떻게 '허브도시' 역할을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최근 춘천시는 외곽이나 부도심 지역 개발 없이 도심 주거지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면 도심 집중현상이 심해져 교통망이 악화되고, 배후도시와의 연결망도 끓어지는 만큼 '확장형 개발'로 가야 한다.
화천·양구군은 모도시 춘천을 이용해서 발전하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귀농인구는 교통망 확충이 됐을 때 농촌으로 온다. 문화·쇼핑·교육은 수도권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농촌으로 온다. 양구·화천도 모든 시설을 갖추려 하지 말고 넘겨줄 것은 넘겨주며 배후도시로 연계발전하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
◆박기복 강원대 영상문화과 교수=“이외수 소설가가 춘천에서 화천으로 이동한 것 처럼, 문화예술인이란 '창조계급'을 양구·화천이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또 강원 영서지역의 문화예술 분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양구군은 박수근 미술관을 중심으로 해서, 문화예술인을 유입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야 한다. 더 이상 '박수근의 고향 양구'가 아니라 '양구군의 박수근'으로 각인될 만한 적극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화천은 현재'산천어 축제'가 있는데 앞으로 '기후변화'가 변수다. 자연환경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미국 캐나다의 선진사례도 참고해야 한다.”
◆이성룡 한림대 기초교육과 교수=“경험을 토대로 제안해 보고 싶다. 강원도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스마트폰 어플을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했었다. 스마트폰에 올릴 수 있는 지역음식, 관광지 자료를 18개 시·군에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지자체에서는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다. 여행자용 숙소도 별로 없었다.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서울 여행동호회 같은 그룹을 이용하고 매 주말마다 행사도 개최해서 수도권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상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부동산 분야는 춘천이 경춘선 개통으로 겪었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춘천을 보면 전철 개통 이후 주택가격이 6.2% 상승했다는 조사도 있다. 문제는 지가는 상승하지만 호가만 올라 거래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춘천의 경우 4년 만에 1만2,000세대가 늘었다. 인구도 3만명 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토지와 주택이 고가화되면 정주인구가 오히려 피해를 입고 시장이 붕괴될 위험도 있다. 지역상권도 마찬가지다. 결국 외지인들이 처음 와서 만나는 '공무원'들이 중요하다. 대응자세가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 도시개발은 다른 지역에서 하는 좋은 것만 모으는 '슈퍼마켓식'으로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좋은 공기는 대한민국 어디든 있다. 무엇을 먹고 즐길 것인가가 관건이다. 슬로 푸드, 산림 테라피등 수도권 인구의 발길을 잡을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전만식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박사=“배후령 터널을 중심으로 10~20분내로 갈 수 있는 인근지역 댐이 4곳이다. 이 댐을 활용할 시기가 됐다. 미국도 댐을 만드는 주요목적 중 하나가 여가시설 활용 용도인데, 이에 비해 소양강댐은 너무 규제되고 있지 않은가. 소양강댐은 1975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설정됐는데, 수자원 보호가 우선목적이다. 정부 인식도 지역이 자율적으로 경제활동하면서 환경을 보존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용도변경부터 해서, 경제적으로 활동하면서 환경 보존도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도시 공간개발은 특수성을 반영해 미래지향적으로 돼야 한다. 3개 지역이 차별화되면서 공동 도시개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신하림·강경모·홍동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