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양군 강현면 둔전리 설악산에 자리 잡고 있는 진전사는 우리나라 선종(禪宗)의 시원을 이룬 성지다.
784년(선덕왕 5년)경부터 821년(헌덕왕 13년)까지 긴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도의(道義)선사는 중국에서 배워온 이 새로운 사상을 신라 땅에 뿌리내리고자 했으나 '마귀의 언어(魔語)'라는 비방을 받았고, 스님은 선법의 시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해, 경주를 떠나 설악산에 은둔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선법을 사모하며 설악산을 메울 정도로 모여들었다. 도의선사의 법은 제자 염거화상을 거쳐 3대 체징스님 때 가지산문으로 활짝 꽃피게 됐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스님이 이곳에서 출가하는 등 진전사는 선종의 대본찰이 됐다. 이후 1467년까지 사찰이 존속하다가 폐사돼 둔전사(屯田寺)로 불려왔는데, 1974년 8월 단국대 박물관 발굴조사 때 '진전(陳田)'명 기와 편이 발견돼 이곳이 도의선사가 최초로 선법을 뿌리내린 진전사임을 확인하게 됐다. 그해 12월 취로사업 도중 불상 한 점이 또 새롭게 발견됐다. 진전사 삼층석탑 동남쪽 60㎝ 지점이었다.
불상은 커다란 손을 아래위로 벌려 시무외 여원인의 손갖춤을 하고 있다. 다소 늘어진 선각으로 된 옷주름 표현이나 팔에 걸친 대의(大衣) 끝자락이 아래쪽으로 날카롭게 마무리되는 등 통일신라 9세기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는 불상이었다. 발굴품들은 고려 시대 것이 대부분인 데 비해 이 불상은 9세기 도의선사 창건 시와 가까운 시기의 것으로, 이 불상을 통해 진전사의 위상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강삼혜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