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기간이 종료됐으나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사이 불가피하게 살던 집을 나와 주소를 옮겨야 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 조치 없이 주소를 이전한 후 살던 집이 경매에 넘겨진다면 세입자는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임차권등기명령제도다. 임차권등기명령제도란 임대차가 종료된 후 임대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에 임차인에게 단독으로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유롭게 주거를 이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신청요건으로는 '임대차의 종료'와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라는 두 가지의 요건이 필요하다. 신청서 작성은 법원에 비치된 양식과 작성례에 따라 기재해 제출하면 되는데 임차한 건물의 등기사항증명서, 임대차계약서, 주민등록등본(초본) 등이 필요하고, 인지액과 송달료, 등록세 및 지방교육세, 등기촉탁수수료는 신청서 접수 시 함께 제출하면 된다. 절차를 살펴보면 접수한 법원에서 서면심리 후 임차권등기명령을 임대인에게 송달해 그 효력이 발생하면 관할 등기소에 지체 없이 촉탁서를 송부하고 등기관은 이를 등기하게 되며, 이후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전액 변제받은 후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취하 및 해제 신청을 하면 법원에서 말소등기를 촉탁해 임차권등기를 말소하는 절차로 진행하게 된다. 임차권등기명령이 이뤄지면 그 효과는 첫째로 임차인이 기존에 취득한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며 임차권등기 이후에는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아니한다. 이와 관련해 주의할 점은 위와 같은 효과는 임차권등기를 마친 때로부터 발생하므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후 곧바로 이사나 전출을 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등기된 사실을 확인한 후에 전출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로 이미 임차주택에 저당권 등의 담보권이 설정돼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를 하더라도 해당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에게 대항하거나 이미 설정된 저당권자 등에게 우선해 배당받을 수는 없으나, 임차인이 아직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그때부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게 된다.
셋째로 통상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 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이지만, 임차권등기를 한 경우에는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 의무가 임차인의 임차권 등기 말소 의무보다 먼저 이행해야 하는 의무다. 즉,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먼저 지급받은 후에 임차권 등기 말소를 위한 취하, 해제 신청을 해주면 된다는 의미다.
넷째로 경매기입등기 전에 임차권등기를 마친 임차인은 경매절차에 있어 법률상 당연히 배당 요구를 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우선변제를 받기 위해 배당 요구를 할 필요가 없으나, 경매기입 등기 후에 임차권 등기를 마친 임차인은 배당요구종기까지 권리 신고와 배당 요구를 해야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임차주택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 임차인은 위 내용을 참고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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