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법, 18가지 공소사실 중 16가지 유죄로 인정
“벌금 180억 … 국정혼란 주된 책임 엄중처벌 불가피”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이라는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 18가지 가운데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하고 이 같은 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보다는 낮았지만 최순실씨가 받은 징역 20년보다는 무거운 형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불출석했다.
지난해 4월17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이래 354일 만에 나온 이번 선고에서 재판부는 핵심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최씨와의 공모를 인정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중에 72억9,000만여원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 K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롯데그룹이 70억원을 낸 부분은 강요와 제3자 뇌물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SK그룹의 경영 현안을 도와주는 대가로 K재단의 해외전지훈련비 등으로 89억원을 내라고 요구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밖에 KT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을 압박해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나 최씨 지인 회사에 일감을 준 혐의 등도 유죄로 판단했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과 미르·K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은 제3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삼성과의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고 그 결과 국정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왔으며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이르게 됐다”며 “그 주된 책임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방기한 피고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유병욱기자 newyb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