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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반

이탈리아 코로나19로 사망자 2천명 넘어…한인사회 일시 귀국 움직임

사진=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2천명을 넘어서면서 현지 교민이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려는 집단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6일 오후 6시(현지시간) 기준 누적 사망자가 349명 늘어난 2천158명으로 잠정 파악됐다고 밝혔다.

누적 사망자가 2천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래 24일 만이다. 전국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3천233명이 증가해 총 2만7천980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누적 사망자와 누적 확진자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하루 기준 신규 확진·사망자는 전 세계 중 가장 많다.

누적 확진자 대비 누적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도 7.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한국(0.98%)의 8배에 달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지병을 가진 60세 이상 고령 인구의 감염 비율이 높은데다 특정 지역에 한꺼번에 많은 환자가 쏟아져나오면서 의료시설과 의료진·장비 등 부족에 따른 치료의 사각지대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현지 한인사회도 뒤숭숭하다.

많은 교민이 생업으로 삼는 관광업쪽 일감이 사실상 끊긴 가운데 현 상황을 피해 한국으로 일시 귀국하려는 집단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지 한인사회에 따르면 로마와 밀라노 소재 이탈리아한인회는 15일(현지시간)부터 한국으로 가는 대한항공 임시 항공편 운항을 위한 수요조사에 들어갔다.

임시 항공편 운항 방안은 대한항공 측이 상업적 운항이 가능할 정도의 인원(최소 200명 이상)이 모이면 특별기를 띄울 수 있다는 의사를 한인회에 전달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탑승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달한 인원은 230여명 규모로 집계됐다. 특별기가 운항 가능한 최소한의 인원은 확보한 셈이다. 특별기는 오는 21일이나 22일 로마 또는 밀라노를 떠나 인천으로 향할 예정이다.

현재 항공편을 이용해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방법은 프랑스 파리 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밀라노·베네치아와 인천 간 정규 직항노선은 이달 초 완전히 끊긴 상태다.

파리-인천 노선은 매일 한차례, 프랑크푸르트-인천은 주 5회 운항이 유지되고 있으나, 프랑스와 독일 역시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어 언제 하늘길이 끊길지 예측하기 어렵다. 파리나 프랑크푸르트까지 이동하는 과정의 위험 부담도 크다.

교민들을 더 큰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현지 의료 사정이다.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의료시스템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현지 TV에선 병원 집기류를 치운 공간에 간이 침상을 배치한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장면도 나오고 있어 교민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병실과 의료진, 의료장비 등의 부족으로 지병을 가진 일정 나이 이상의 고령자는 치료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시 항공편 수요조사는 이러한 암울한 현지 상황에 대한 교민들의 우려와 공포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많은 교민이 관광업에 종사하는 수도 로마의 경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사실상 일감이 끊겨 형편이 점점 어려워지는 교민들도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시 항공편은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는 전세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 정부는 이탈리아 교민·유학생들을 위해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은 아직 본격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주 비공식 언론 브리핑에서 이탈리아 상황과 관련해 "항공·교통편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 전세기 투입은 현지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검토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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