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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프로게이머, 골프선수, 공중보건의 등 뇌전증 병역 면탈자·브로커 22명 기소

브로커 김씨, '신체검사 5급 못 받으면 보수 전액 환불하겠다'는 자필 계약서 써줘

◇'뇌전증 병역면탈' 브로커·의사·선수 등 22명 기소 [사진=연합뉴스]

프로게이머(코치), 골프선수, 의사(공중보건의) 등이 포함된 병역 브로커와 병역 면탈자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이 구성한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은 26일 뇌전증 환자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병역 판정 신체검사 등급을 낮춘 혐의로 브로커 김모(38)씨를 구속기소하고 병역면탈자 15명,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면탈자 가족이나 지인 6명 등 21명을 병역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기소 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21일 구속기소된 구모(47)씨에 이어 두 번째 적발된 병역 브로커다.

김씨는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병역 의무자 등과 공모해 뇌전증 증상을 꾸며낸 뒤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게 하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뇌파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더라도 임상 증상만으로 진단받을 수 있는 뇌전증의 특성을 악용했다.

김씨는 인터넷에 병역상담 카페를 개설해 병역 의무자와 가족 등을 끌어들였다.

그는 '시나리오대로 뇌전증 환자처럼 행세하면 병역을 감면받을 수 있다'고 약속한 뒤 컨설팅비 명목으로 모두 2억610만원을 챙겼다. 이때 '뇌전증으로 신체검사 5급을 못 받으면 보수를 전액 환불하겠다'는 내용의 자필 계약서를 써줘 의뢰인의 믿음을 사기도 했다. 컨설팅비는 고객에 따라 달리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역 의무자들은 김씨가 제공한 시나리오에 따라 뇌전증 환자로 가장해 허위 진단서와 약물 처방, 진료기록 등을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았다.

김씨는 병무청으로부터 뇌전증 진단을 인정받기 위해 의뢰인에 따라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방법을 다르게 치밀함도 보였다.

김씨는 서둘러 군면제를 받아야 하는 의뢰인에게는 발작 등을 허위로 119에 신고해 대학병원 응급실에 보냈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의뢰인에게는 동네 병·의원에서 여러 차례 허위 진료를 받게 했다. 혈액검사 직전 뇌전증 약을 복용하라고 지시하는 등 진료기록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 26일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재벌가·연예인 연루 대마사범 집중 수사 결과 발표'에서 증거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소된 가족과 지인들은 브로커와 직접 병역면탈 계약을 맺거나 돈을 마련하는가 하면 허위로 119 신고를 하는 등 뇌전증 목격자 또는 보호자 행세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 브로커를 통해 병역을 회피한 의뢰인이 더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

병역면탈자들은 유죄가 확정되면 병역판정을 새롭게 받아 재입대해야 한다.

병역법 86조에 따르면 병역의무를 기피 또는 감면하려고 속임수를 쓴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면탈행위가 드러나면 기존 병역 처분이 취소돼 병역판정검사를 다시 받고 복무해야 한다. 징역 1년6개월 이상 실형을 선고받으면 전시근로역에 편입되지만, 병역면탈자는 제외된다.

김씨에 앞서 구속기소된 구씨는 오는 27일 첫 재판을 받는다.

구씨는 지난해 12월21일 구속기소된 후 혐의를 인정하고 변호인 없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반성문도 제출했다.

구씨의 의뢰인 중에는 부장판사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의 아들뿐 아니라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조재성(28)과 프로축구 K리그1(1부) 선수,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30) 등이 포함돼있다. 검찰은 구씨의 의뢰인 수십 명 중에서도 기소 대상을 선별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는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모(40)씨, 고려제강 창업자 손자 홍모(39)씨 등 10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 차남의 아들인 홍씨는 지난해 10월 대마를 주변에 유통하고 소지·흡연한 혐의를 받는다.

고려제강 창업주인 고(故) 홍종열 회장의 손자인 홍씨는 여러 차례 대마를 사고팔거나 흡연한 혐의로, 대창기업 이동호 회장의 아들(36)은 모두 8차례 대마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 26일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재벌가·연예인 연루 대마사범 집중 수사 결과 발표'에서 증거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인조 가수 그룹 멤버인 미국 국적의 가수 안모(40)씨는 대마 매수·흡연뿐 아니라 제주에 있는 자택에서 대마를 직접 재배한 혐의까지 받았다.

안씨에게서 대마를 산 소속 연예기획사 대표 최모(43)씨 역시 함께 구속기소 됐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7명 중엔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DSDL의 이사 조모(39)씨가 포함됐다.

조씨는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의 손자다. 조씨는 지난해 1∼11월 네 차례 대마를 구매해 흡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JB금융지주 일가인 임모(38)씨와 전직 경찰청장 아들 김모(45)씨 등도 대마를 유통하고 흡연했다가 불구속기소 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9월 경찰이 대마 재배 등 혐의로 알선책 김모(39)씨를 구속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를 송치하면서도 그의 집에서 발견된 대마 재배 시설 등 증거물은 압수하지 않은 채 사건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직접수사에 착수했고, 그의 메시지·송금내역·우편물 등을 추적한 끝에 그의 알선으로 대마를 유통·흡연한 연루자들을 밝혀냈다. 이들에게서 대마를 산 4명은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했다.

검찰은 해외 유학 중 대마를 접한 부유층 자식들이 귀국 후에도 이를 끊지 못하다가 자신들만의 '마약 유통망' 만들어 상습적으로 대마를 유통·흡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은밀한 공급선을 유지하고자 이른바 '던지기' 등 비대면 거래가 아닌 직접 거래 방식을 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어린 자녀와 함께 사는 집안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임신한 아내와 '태교 여행'을 하다가 대마를 흡연하는 등 중독성과 의존성이 심각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대마를 팔아 벌어들인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추징보전 절차를 검토하는 한편, 대마 유통 사범을 철저히 수사해 국내 대마 유입과 유통 차단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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