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 서민들에게 소액 단기 대출을 미끼로 연 5,000% 이상의 이자를 뜯어낸 불법 사금융 조직원 123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피해자인 영세 상인, 저소득층 근로자, 취업 준비생, 가정주부들은 불법 채권추심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 하거나 가정 파탄에 이르렀다.
강원경찰청은 전국 단위의 불법 사금융 범죄 조직을 운영한 123명을 검거하고, 30대 총책 A씨 등 상부 조직원 10명은 구속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범죄단체 조직 및 가입·활동, 대부업법 위반,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급전이 필요했던 서민들에게 '20만원 대출에 7일 후 38만원 상환'을 조건으로 대출을 내주고 법정 이율(20%)보다 수 백배 높은 5,000%의 이자를 받았다. 시간당 연체료를 물리며 살인적인 고금리 이자를 받았다.

채무자들의 일상은 무너졌다.
피해자인 A(여·55)씨는 25만원을 빌려 44만원을 갚는 거래를 시작했다가 불과 3개월 만에 1억 5,000만원까지 채무가 증가했다. 변제가 어렵게 되자 A씨의 가족, 직장 동료까지 협박에 시달렸고 A씨는 가출해 숨어 지냈다.
또 다른 피해자인 B(여·30)씨는 대출이 15만원에서 한 달 만에 5,000만원으로 늘었다. 돌려막기를 하면서 온갖 협박에 시달려 유산까지 했다.
C(45)씨는 40만원을 시작으로 1년여간 6억 9,000만원을 돌려 막는 처지가 됐고 결국 가정 파탄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여성 피해자들은 성폭력에 가까운 협박을 받았다.
빚을 진 피해자들은 시중은행, 제2금융권 뿐만 아니라 카드사 등에서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이들이었다. 당장 10만~30만원의 생활비가 급한 이들은 신용 조회가 필요 없는 비대면 대출을 찾았다.
경찰은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자는 131명이지만,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 조직 일당은 채무자들 뿐만 아니라 주변인도 협박했다.
채무자들이 정해진 기일 내에 대출을 갚지 못하면 미리 확보 해 둔 가족, 직장 동료들의 신상 정보로 수배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수십 통의 욕설 전화를 했다.
자녀를 출산한 부모들에게는 아기 사진을 전송하며 살해 협박을 했다. 또 "신고 해봐야 잡히지 않는다"고 조롱하거나, 대출금을 갚은 피해자들에게도 추가 이자나 연체료를 요구하며 갈취했다.

이들은 불법 대부업 전과가 있는 총책 A씨를 정점으로 전국 시·도별로 수금팀을 꾸혔다. 자금 관리, 대출 상담, 수익금 인출 등을 철저하게 분담했고, 텔레그램으로 비대면 연락을 하며 점조직 형태로 범행을 저질렀다.
수사망이 좁혀져 오면 미리 포섭한 하위 조직원에게 대가를 주고 변호사를 선임해 준 다음 조직의 총책인 것처럼 허위로 자수 시키기도 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채무 탕감, 이자 상계 등을 빌미로 대포폰이나 통장, 대포 차량을 요구하며 그것으로 범행을 계속 이어가면서 일부 채무자들도 범죄 가담자로 전락시켰다.
총책 A씨는 막대한 범죄 수익금으로 호화 생활을 즐겼다. 서울에서 월세 1,800만원의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며 고가 스포츠카, 명품 등을 구입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아 추가적으로 계좌 추적,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확인 등을 했다. 이를 통해 범죄 수익 34억원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았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지원했다.

이번 사건 수사는 원주의 30대 여성 자영업자의 신고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8개월에 걸쳐 범죄 계좌 310여개, 대포폰 330여개 등을 분석하며 조직의 실체를 밝혀냈다.
경찰은 소액·급전이 필요할 경우 서민금융진흥원의 금융상품 이용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고, 가족·지인 연락처 등 과도한 개인 정보 요구시 대출 상담을 즉시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강원경찰청은 "불법 추심 피해 발생시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앞으로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단속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