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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의 덫’에 걸린 노인들… 도서관 사서 사기극에 2억여원 뜯겨

춘천지검 강릉지청 30대 사서 구속 기소
“보이스피싱 당했다” 속여 돈빌려 가로채
문서 위조·경찰 행세 알바생까지 동원해

사진=연합뉴스

고령층과 친분을 쌓고 상습적으로 노후 자금을 가로채는 사기 범죄가 잊을만 하면 터지고 있다. 노인들이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속이는 수법도 '사기극' 수준으로 교묘해졌다.

춘천지검 강릉지청 형사부(국진 부장검사)는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며 책을 빌리러 온 노인 3명 등 총 4명에게 78회에 걸쳐 1억8,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의 범행은 2021년 10월부터 올 7월까지 3년에 걸쳐 이뤄졌다. 도서관을 방문한 B(73)씨와 안면을 튼 다음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4,000만원을 대출 받아 미리 알고 있던 비밀 번호를 이용해 B씨 몰래 자신의 계좌로 대출금을 이체하기도 했다.

A씨는 피해 사실과 변제 능력을 B씨에게 속이기 위해 문서 위조까지 서슴지 않았다. 은행 계좌내역을 조작했고,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훔쳐 연대보증 확인서까지 위조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B씨의 퇴직금 1억여원을 가로챘다. 또 다른 피해자인 C(67)씨와 D(68)씨도 비슷한 수법으로 자녀 결혼자금, 노후 자금 등을 뺏겼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기, 컴퓨터등사용사기, 사전자기록위작,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사문서변조, 변조사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총 9개다.

이와 유사한 범죄는 홍천에서도 있었다. 시내버스를 운행하던 60대 남성이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80대 노인과 친밀감을 쌓은 다음 무려 10년간 140차례에 걸쳐 2,900만원을 가로챘다. 춘천지법은 2021년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원심을 깨고 실형을 선고했다.

A씨 사건을 수사한 황호용(사법연수원 49기) 강릉지청 검사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것처럼 속이기 위해 경찰 행세를 하는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했다"며 "이 과정에서 피고인이 절취한 타인의 주민등록증으로 연대 보증 확인서를 만든 다음 피해자에게 보여주고 합의를 종용한 사실도 밝혀내 직접 구속했다"고 말했다. 황 검사는 "사회적 약자인 노인 대상 범죄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