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이달 말까지였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처를 2025년 3월 30일까지 연장하고,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인 내년 3월 31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한다.
또한 기관의 공매도인 대차거래 때 빌린 주식을 갚는 기한을 3개월 단위로 연장하되, 연장하더라도 4차례까지만 허용해 12개월 이내에 상환하도록 제한을 두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벌금을 현행 부당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상향하고, 부당이득액 규모에 따라 징역형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형사 처벌도 대폭 강화한다.
당정은 13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정점식 정책위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 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전체 공매도 거래의 92% 이상을 차지하는 기관투자자에게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사전 차단하는 자체적인 기관 내 잔고 관리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매도를 하고 결제일 이전에 주식을 되갚는 방식으로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불법이다.
아울러 한국거래소에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구축해 기관투자자의 불법 공매도를 3일 이내에 전수 점검하고, 기관 내 잔고관리 시스템의 유효성도 검증한다.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모든 법인투자자가 무차입 공매도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증권사도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전산시스템과 모든 기관·법인 투자자의 내부통제 기준을 확인해야 하고, 확인된 기관·법인투자자만 공매도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기관의 대차거래 상환 기간에는 제한이 없어 개인이 기관보다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던만큼 현행 공매도 거래 여건을 기관투자자와 동일하게 맞추기로 했다.

또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 개선을 위해 개인 대주의 현금 담보 비율을 대차 수준인 105%로 인하하고, 코스피200 주식의 경우 기관보다 낮은 120%를 적용해 개인투자자에게 다소 유리한 거래 조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과 임원 선임 제한 및 계좌 지급 정지 제도도 도입한다.
당정은 현재의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를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거래소 NSDS 구축이 완료되는 내년 3월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기관투자자의 잔고 변동내역을 중앙 시스템에서 T+2일 내 집계해 무차입공매도를 T+3일 이내 탐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는 시점은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내년 3월 이후로 예상된다. 이로써 국내 증시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최소 1년 4개월 이상 이어지게 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에 불법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공매도를 재개할 것"이라며 "내년 3월 31일부터 공매도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임시금융위원회를 열어 이달 말까지였던 공매도 전면 금지조치 연장을 의결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5일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관행화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증시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시장의 신뢰를 저하하는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의결한 바 있다고 김 부위원장은 설명했다.
정부와 유관기관은 이후 공매도 실태에 대한 조사를 확대한 결과, 공매도 금지 이전에 발생한 2천112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혐의를 발견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은 "공매도 전산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대규모 불법 공매도 발생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면서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내달 1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기로 의결했다"고 덧붙였다.

당정은 이날 협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을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내년 3월 말까지 철저한 공매도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며,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도 연내 처리되도록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당은 전산시스템이 완비될 때까지 현재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날 기관 내 잔고관리 시스템 가이드라인과 함께 내부통제 기준도 함께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는 기관 내 잔고관리 시스템 관리 부서를 지정하고 무차입 공매도 발생 여부 등을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권한 없는 대상의 시스템 접근권한을 통제하고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면 공매도 주문을 차단하는 등 대처해야 한다.
감사부서 등 공매도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서에서 수시·정기로 감사해야 하고, 공매도 관련 법규 위반이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징계하고 금감원과 수탁증권사에 보고해야 한다.
또 공매도 관련 거래 상세내역을 5년간 보관하고 금감원 검사·조사 목적 요구 시에는 자료제출에 협조해야 한다.
특히 시스템 구축 의무가 면제된 공매도 거래 법인, 무차입 공매도 발생 가능성이 낮은 거래유형 법인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내부통제 기준을 갖춰야 한다.
공매도 주문을 수탁받는 증권사 확인 의무도 강화된다.
수탁 증권사는 기관 내 잔고관리 시스템에 필수 요구사항이 반영됐는지, 내부통제 기준 세부내용을 내규화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법인의 공매도 주문을 최초 수탁받기 전 점검을 실시하고, 최초 점검 이후에도 최소 연 1회 이상 정기점검을 해서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투자자별 일별 마감잔고를 독립적으로 산출하고, 투자자 잔고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기관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의 유효성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이 시스템이 운영되면 무차입공매도 감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불법 혐의거래를 신속하게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결제이행 무차입공매도는 적발하기가 어려웠는데, 잔고정보를 기반으로 차입사실을 자동으로 적발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가 업틱룰(주식 공매도시 매도 호가를 직전 거래가격 이상으로 제시하는 제도) 적용 회피 목적으로 공매도 주문을 일반 매도주문으로 표기한 경우에도 잔고정보를 기반으로 공매도 미표시 사실을 바로 적발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