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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카오스(Chaos)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태초의 혼돈이 있었다. 카오스(Chaos)다. 질서 없이 마구 뒤섞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 카오스는 원래 ‘입을 벌리다(Chainein)’라는 의미로 ‘거대한 틈’, ‘텅 빈 공간’ 이를테면 공허(Void)라는 견해도 있다. 엔트로피(Entropy)는 물질의 열역학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 중 하나다. 열을 가하면 물질 내부의 혼란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학문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찬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는 변화에 적용된다. 일반인들은 주로 무질서도(Disorder)로 이해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190석이 넘는 거대 야당이 출현했다. 정치 주도권이 여의도로 갔다. 청문회, 긴급 국정현안질의, 국정감사 등 거야가 키를 잡은 국회 일정이 모든 매스컴을 사로잡고 뉴스를 쏟아냈다. 민생은 말뿐 현란한 말솜씨와 독설이 불을 뿜었다. 막말, 욕설도 당연시됐다. 다수결을 앞세운 야당에, 여당은 무기력했다. ‘의회 권력에 밉보인’ 검사나 관료들은 줄탄핵됐다. 70년 넘게 이뤄진 탄핵보다 수개월 동안의 탄핵이 압도적이다. 사상 초유의 ‘삭감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고 권력기관 특활비는 0원이 됐다. ▼하지만 12월3일 밤의 살풍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국회의원들이 치열하게 국가의 미래를 다퉈야 할 곳에 완전 무장한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들이닥쳐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장면은 오싹했다. 담을 넘은 국회의원 의결로 계엄은 새벽에 해제됐다. 어이없다. ▼이후 더 아수라장이다. 법과 원칙을 들먹이지만 현실은 초법적이다. 무질서의 극치다. 자기 진영을 선동하고, 부화뇌동하며 무법천지를 만드는 무책임한 행태가 판친다. 과오에 대한 일사불란한 뒤처리, 차분함 속에 헌법과 절차를 준수하는 단호한 단죄, 국가 기관들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빈틈없는 헌법적 역할이 요구된다. 선동에 놀아나는 헌법기관들의 헛발질과 권력에 취한 ‘양아치’ 정치인에게 남는 건 국민들의 ‘레드카드’뿐이다. 그들의 입맛에 길들여진 ‘우리’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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