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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생물이야기]벌의 운명은 3일만에 결정된다<1271>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여왕벌은 한 집에 한 마리가 있고, 평생 알을 낳기에 ‘알 낳는 기계’라고 불리며, 일벌 새끼 중에서 왕유(로열젤리)만 먹인 벌로 수명은 3~4년이다.

일벌은 수정란(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알)이 발생한 것으로 유전적으로 여왕벌과 같다. 그러나 새끼 때에 여왕벌보다 거친 음식만 먹어 산란관(알 낳는 기관)이 퇴화해 벌침으로 바뀌었고, 평생을 꿀 따기나 집짓기․청소하기․새끼 건사 등 궂은일만 하다가 6주만 살고 일생을 끝마친다.

수벌은 미수정란(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지 않은 알)이 발생한 것으로 염색체가 여왕벌과 일벌(32개)의 반인 16개이고, 날개가 있어 공중을 날 수 있다. 그리고 먼 거리나 자동으로 조종되는 소형 무인정찰기를 드론(drone)이라 하는데 그것은 수벌(드론)에서 따온 말이다.

그렇다. 처음 3일간은 모든 애벌레에게 로열젤리를 먹이지만 그다음에는 칼같이 달라진다. 일벌과 수벌은 하나같이 허름한 꽃가루나 꽃물, 묽은 꿀 따위만 먹인다. 그러나 최상급 왕유를 꾸준히 주고, ‘왕대(여왕벌 집)’라는 큰 집에서 칙사 대접에 호의호식하는 여왕벌은 빨리 자라서 곧장 번데기가 되고, 벼락같이 성적으로 성숙하여 성충이 된다.

무섭지 않은가? 어릴 때 호강한 녀석은 여왕벌이 되고 그렇지 못하고 푸대접받은 것들은 평생 일이나 해야 하는 못 나니 일벌이 된다니 말이다.

이제 곧 여왕벌이 시집간다. 흔히 신랑 신부가 첫날밤에 자는 잠을 ‘꽃잠’이라 한다지. 암튼 남다른 보살핌을 받고 태어난 어린 여왕벌은 날씨와 풍향을 잘 챙겼다가 때맞춰 나들이한다. 본집은 물론이고 딴 집 수벌들도 꼬마 여왕벌이 내뿜는 냄새(페로몬)를 맡고 한껏 들뜬다. 이들이 10m 가까운 공중에 날아올라 무리 지어 짝짓기하니 여왕벌의 저정낭(정자를 모아두는 주머니)에 정자가 한가득 찰 때까지 여러 수벌과 짝짓기하여 평생 쓸 정자를 탱크에 그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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