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포함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절차에 따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안덕근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첫 회담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현안인 다양한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안 장관은 회담에서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우려를 미 정부에 전달했다.
이 리스트 포함이 확정되면 에너지부 관련 시설이나 산하 연구기관 방문, 이들 기관과의 공동 연구 등을 위해 에너지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지난 17일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도 지난 18일 "한국이 민감 정보를 부주의하게 취급하면서 민감국가 리스트에 오른 것"이라면서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미 양국이 절차에 따라 조속히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지만, 4월 15일 지정 효력 발효 전까지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위한 절차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지 못할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다음 달 15일 전까지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해제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감국가 지정 해제의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최대한의 노력으로 절차 소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장관은 라이트 장관과 액화천연가스(LNG), 전력망,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전 등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미 정부 당국 간 '에너지 정책 대화' 및 '민관 합동 에너지 포럼'을 정례화해 개최하기로 했다.
안 장관은 "이번 방미를 통해 민감국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국의 의지를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며 "한미 에너지 협력 모멘텀을 강화하는 기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에서 강조하는 에너지 정책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양국 간 협력 사업 및 투자 확대 기회를 발굴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함께 주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안 장관은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공항에서 한국 언론 특파원들과 만나 미측의 민감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이 빠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대안을 묻는 말에 "그쪽(미국)에서 절차적인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다"라면서 "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문제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 대안을 찾아보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런 절차를 간소화한다거나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리스트에서 삭제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실상 실무 차원에서 양국 간의 협력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안 되게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사실 과학 기술 협력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 발표를 예고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선제 대응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양국간 관세는 사실상 없다"라면서 "그런데 여러 비관세 문제가 제기되는 것들이 좀 있어서 국내에서 신속하게 해결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런 내용을 설명하고 우려가 있는 부분들은 향후에 우리가 어떤 계획으로 해결할 지 등에 대해 좀 소통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호 관세의 주요 타킷으로 지목된 이른바 '더티 15(Dirty 15)'에 한국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지금 꾸준히 협의를 지속해 나가고 있으며 양국 간에 한국 산업계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판을 지금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측의 상호관세에서 한국을 예외로 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지를 묻는 말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치를 보면 어떤 특정 국가에 대해서 예외를 한다거나 유예한다는 부분은 많지 않다"라면서 "일단 기본적으로 조치를 시행하고 나서 추후 상황을 봐서 조금씩 수정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측과) 계속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설명하는 부분이, 차후의 과정에 있어서 이제 그런 것을 (관세 대상에서) 뺄 수 있을 때 활용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라면서 "이것은 단판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정부 임기 내내 양국 간 교역의 틀을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한미간 에너지 협력 문제에 대해서는 "수입산 다변화라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미국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라면서 "이번에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그런 구체적인 협력 사안에 대해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