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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신의 선물 ‘강원 사과’

최종태 강원자치도 농림특보

기후변화가 대한민국 농업 지도를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평균기온 1도 상승 시 농작물 재배 북상 이동 거리는 100~200㎞로 재배지가 점차 이동한다. 강원도가 사과 재배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방증이다. 이제 강원도 사과는 더 이상 변방의 작물이 아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을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현재 국내 사과 재배의 중심지는 경북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기온 상승으로 인해 전통적인 사과 주산지의 적정 기후 조건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발고도가 높고 여름철 일교차가 큰 강원도는 전국 대비 5%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주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 내에서도 특히 정선은 해발 500m 이상의 청정 지역으로 친환경적인 재배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는 강원도 사과, 나아가 정선 사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강원도에서 재배되는 사과는 당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해 저장성이 뛰어나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사과로 각인될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이다. 특히 정선 사과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청정 이미지와 결합해 차별화된 브랜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유통망과 브랜드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경북 사과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과 유통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강원도에서 생산된 사과의 상당수가 타 도 공판장을 통해 유통되면서 그 지역 사과로 둔갑하는 실정이다. 이는 강원도 사과 농가의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강원도 내 집하장, 선별장, 저장 및 공동 출하를 일괄 처리할 수 있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설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 브랜드를 강화하여 농가 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사과 연구개발의 거점을 강원도로 이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는 1991년 대구 군위에 설립해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연구 및 실증 재배의 최적지는 강원도다. 강원도로 사과연구센터를 이전한다면 강원도에 적합한 신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및 병해충 등 연구 중심지가 되어 기후에 알맞고 재배가 용이한 고품질 친환경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강원도 사과, 특히 정선 사과가 전국 최고 명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사과’가 아니라, ‘청정 고랭지에서 재배된 프리미엄 사과’라는 스토리를 입히고, 강원 4대 산지(양구, 정선, 홍천, 영월)를 중심으로 재배면적을 확대하는 등 집중 육성·홍보해야 한다. 농가와 지자체, 연구기관이 협력하여 생산에서 유통까지 일원화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제 강원도 사과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농업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필자의 고향인 정선 사과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았다. 이를 위해 강원도와 해당 시·군 자치단체 그리고 지역 농업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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