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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위대한 지역대학, 어떻게 가능한가?

박준식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경쟁력 있는 지역대학은 지역 소멸을 막고 지역의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기관이다. 모두가 선망하는 지역대학이 있다면, 모두가 걱정하는 지역 소멸은 극복할 수 있다. 우수한 지역대학에 대한 지역사회의 바램은 절실하다. 우수한 지역대학은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 에너지를 발산하는 인재의 용광로이다. 그것이 갖는 유·무형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최고를 꿈꾸는 지역과 국가들이 위대한 대학 만들기에 도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대한 대학을 향한 경쟁은 세계적 운동장에서 전개되고 있다. 오늘날의 대학들은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치열한 글로벌 경제 전쟁의 첨병이 되었다. 이곳의 승자가 세상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적인 대학의 가치가 그렇게 크다면 막대한 투자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위대한 대학의 길은 쉽지 않다. 모방하기 힘든 탁월성만이 성공을 보장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지역대학의 생존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젊은 인구는 급감했고, 우수 인재는 사라졌다. 내국인만으로는 대학의 정원을 채울 수 없게 되었다. 대학교육은 완전히 개방된 경쟁산업이 되었다.

우수한 지역대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선택과 집중을 실행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은 비정하다. 선택과 퇴출은 같은 운명으로 얽힌 개념이다. 선택이 당근이라면 퇴출은 채찍이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무언가는 퇴출해야 한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확실한 목표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세상의 지식과 혁신을 주도하는 어떤 대학도 선택과 집중 없이 오늘의 위치에 오를 수 없었다. 최고의 대학도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아무리 잘해도 더 잘하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의 지역대학들 역시 이 세계의 명백한 생존 법칙을 따라야 한다. 선택과 집중은 현명한 전략, 확고한 기준, 특별한 결단을 요구한다.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위대한 지역대학을 육성할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한 역량이 확인된 소수의 대학과 사람을 과감하게 선택하고, 이들에게 성공을 요구해야 한다. 냉정한 선택과 집중 없이 나눠 먹기 식으로 추진되는 지역대학 육성 전략은 무모한 실패로 종결될 수밖에 없다.

인재의 역량은 대학의 전 재산이다. 위대한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탁월한 인재 집단을 육성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 집단과 이들의 거점이 없이 지역대학의 비상을 꿈꾸는 것은 망상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탁월성을 평등하게 나눌 방법이 없고, 돈으로 사기도 힘들다. 대학은 탁월성의 원천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응원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위대한 대학을 품을 수 없는가? 꿈을 쉽지만, 실현은 어렵다. 위대한 대학을 향한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 대학마다 분명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그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대학들의 경쟁에서 생존을 좌우하는 것은 공정성이 아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사람의 탁월성일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의 대학지원 정책도 사람의 탁월성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초점을 모아야 한다. 탁월성을 입증할 수 없는 대학이 살아남을 묘안은 없다. 모두가 인정하는 탁월성만이 대학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면 대학지원 정책의 기준 또한 분명하다. 각자가 지닌 탁월성의 실체와 목표, 성취 방법을 제시하고, 그 성과를 입증할 수 있는 대학에 대해서만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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