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프페이지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면 즉각적으로 춘천시가 조목조목 응수하고, 춘천시가 사업 타당성을 설명하면 도가 다시 지적하는 상황이 한 달 동안이나 되풀이되고 있다.
양쪽의 주요 주장은 이렇다. 도는 캠프페이지 혁신지구 사업이 도시기본계획과 주한미군공여구역 발전종합계획 등 도 차원의 승인이 필요한 일임에도 춘천시가 충분한 사전 논의를 해오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춘천시는 정부 공모에 선정될 지를 장담할 수 없는데 주요 계획을 먼저 바꾸는 것이 오히려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맞선다.
또한 도는 전임 춘천시정에서 캠프페이지에 시민복합공원을 조성하기로 공론화 된 사안을 시민 숙의 없이 갑작스럽게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춘천시는 앞서 도가 도청사 캠프페이지 이전을 발표하고 번복하는 과정에서 도 역시 춘천시와 부지 개발에 공감대를 이루지 않았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이다.
급기야 도는 캠프페이지 공모 사업으로 타 사업의 국·도비 반납이 이뤄졌다며 춘천시를 상대로 감사 사전 절차에 착수했고 춘천시는 기습적인 감사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캠프페이지 공모 사업에 대한 도와 춘천시의 불협화음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당시 도가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이다. 다만 올해는 도가 전면에 나서 목소리를 내면서 도와 춘천시가 정면 충돌하는 이례적인 구도가 만들어졌다. 적어도 공모 신청 마감이 이뤄지는 5월 중순까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식의 주장이 쏟아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시민들이 ‘도와 춘천시의 싸움을 어떻게 바라볼까?’라는 궁금증이다. 논쟁하며 싸우는 것은 분명한데 이토록 치고 받을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만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복잡한 행정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고 2005년 미군기지 반환부터 흐름을 되짚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현 상황이 충분히 어리둥절할 수 있다. 결국 시민들에게는 갈등의 잔상만 남고 정작 캠프페이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답을 찾는 본질은 잊혀질까 우려스럽다.
춘천시가 내놓은 캠프페이지 개발 구상안은 앞으로도 치열한 검증과 추가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지난해와 다르게 새로운 개발 구상안은 개발 면적이 4분의1 가량으로 줄었고 논란이 크게 불거졌던 대규모 아파트 건립이 전면 취소된 점은 다행스러운 면이다. 지난해 계획에서 유치 산업 분야가 K-컬쳐라는 다소 모호한 개념이었다면 올해는 첨단영상산업으로 조금 더 명확해진 것도 변화 중 하나다. 반대로 개발 후 분양 실패에 대한 대비, 산업 활성화 가능성 등은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돼야 할 부분이다.
뻔한 말이지만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지자체는 무한 생존 경쟁 중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친숙해진 상황에서 모든 도시는 정체되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하고 있다. 20년 간 방치돼 온 캠프페이지는 춘천시가 가진 소중한 자원이다. 춘천시의 캠프페이지 개발 구상이 곧 지역 발전의 해답을 의미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대안 없는 소모적 논쟁 보다는 협력으로 정답을 찾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