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출신 이인구 작가가 첫 장편소설 ‘파타고니아, 끝과 시작’을 펴냈다. ‘늦은 고백’, ‘거기, 그곳에서’, ‘달의 빈자리’ 등 시집을 통해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감성을 전해온 이인구 시인은 생애 첫 장편소설을 집필하며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파타고니아, 끝과 시작’은 주인공 한국인 남성 ‘TJ(태진)’를 중심으로 영원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이들의 열망을 풀어낸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을 잇는 세계일주 항해에 성공했던 과거의 영광은 희미해졌고, 힘 빠진 육신과 무료한 일상에 익숙해질 때 쯤, TJ는 파타고니아에 갈 기회를 얻게 된다.
더 이상 좌초된 배처럼 살지 않기 위해 파타고니아 행을 택한 남자. 그는 마침내 다다른 순수의 땅 파타고니아에서 동유럽 출신의 ‘넬라’라는 여성을 만난다. 넬라의 아픔을 공유하고, 지난 삶의 허기를 채우며 가까워지는 두 사람. 그동안 잊고 있던 사랑의 감정을 마주하며 관계는 급속도로 깊어진다. 잠시 단 꿈에 빠지 듯 TJ는 속절 없이 사랑에 빠지지만, 언젠가 깨야 하는 꿈처럼 그에게도 돌아가야 할 현실이 있었다.
“‘세상의 끝’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나다/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리 있다/나는 나의 ‘세상의 끝’이다”
이인구 작가는 이승우 소설가의 에세이 ‘고요한 읽기’의 구절을 빌려 이번 작품을 소개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비웃을, 또 누군가는 무책임하다며 비난할 짧은 여정. 삶의 아픔을, 시대의 비극을 뒤로 하고 펼쳐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게 한다. 책과나무 刊. 392쪽.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