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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소방의 준비와 대응”

김승룡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장

◇김승룡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장

지난해 도내 119구급대의 심정지 환자 병원 전 소생율은 51%에 달했다. 단순히 수치만 보면 ‘절반 이상이 살아났다’는 의미지만, 그 뒤에는 강원소방의 정교한 준비와 단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진심 어린 대응, 그리고 구급대원들의 땀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올해 4월30일, 강원특별자치도 정선에서 필리핀 출신의 30대 임산부 A씨가 119 구급차 안에서 건강한 남아를 출산하는 일이 있었다. 이날 오후 8시께 A씨의 남편은 아내의 진통이 시작되자 고한119안전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구급차로 강릉의 한 산부인과로 향하던 중, 출발 10분도 채 되지 않아 아기의 머리가 보였다. 응급 분만을 시도한 지 2분여만인 오후 8시46분께 건강한 남아가 태어났다.

이 극적인 순간 뒤에는 사전등록 기반의 ‘안심콜 서비스’, ‘임산부 119구급서비스’ 홍보, 그리고 응급 분만에 대비한 구급대원의 지속적인 훈련이 있었다. 하나의 생명을 살려낸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숨어 있는지를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구급차 한 대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출동 전 환자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중증도 분류를 통해 이송 병원을 즉시 결정하며, 병원과의 실시간 소통 속에서 정교한 프로토콜과 숙련된 대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강원소방은 이러한 병원 전 응급의료를 체계화하기 위해 2024년 ‘구급상황관리센터’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14명의 응급처치 전문가를 배치, 119신고 단계부터 환자 정보를 확보해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처치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심정지 환자의소생률 51%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통해 병원 응급실의 병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Pre-KTAS(한국형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체계)를 적용하여 환자 상태에 따라 환자의 중증도에 맞는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갖췄다.

강원소방은 이제 119구급활동의 주체를 ‘소방’에서 ‘국민’으로 확대하고 있다.

심정지는 초기 4분이 생사를 가르는 만큼, 최초 목격자의 심폐소생술 여부가 생존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119영상통화를 통한 실시간 CPR 안내,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교육, 심폐소생술 체험 등 ‘생명 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대국민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응급의료의 첫 단추를 국민이 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의료 접근성이 낮고 병원 간 거리가 멀어 응급환자 이송에 어려움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증질환별 병원 지정, 헬기와 병원 간 연계체계 구축, ‘응급환자 이송 및 수용곤란 관리지침’ 마련 등 다각도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강원소방은 앞으로도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병원 전 응급의료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생명 존중 문화를 지역 사회에 확산해 나갈 것이다. 정교하게 준비된 시스템, 국민과 함께하는 응급 대응, 생명을 향한 진심이 어우러질 때 우리는 더 많은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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