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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불안한 주민들 설치 동의하기까지 … ‘이 공간’ 있었다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방식 79개 마을 합의
홍천·태백·평창 등 운영 어울림 쉼터 거점 ‘안심 소통’
전자파 객관적 정보 제공, 주민 요구 수렴 통해 진전

◇13일 홍천 어울림 쉼터.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 중인 한국갈등관리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이 송전선로 전자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하림기자

13일 홍천중앙시장 인근 홍천 어울림 쉼터. 50평 남짓한 공간에서 주민들이 음료수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3년째 이곳을 종종 들른다는 심경옥(62·홍천읍 연봉리)씨는 “편하게 쉬면서 전자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직접 전자기기 전자파를 측정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헤어 드라이기는 가까이 대면 전자파 세기는 6.48uT(마이크로테슬라)였지만 30㎝만 떨어뜨려도 0.11uT로 낮아졌다. 송전선로가 100m 높이의 송전탑 위로 지나기 때문에 지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0.59uT)하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공간이었다.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방식(HVDC)송전선로 경과지 79개 마을 합의가 6년여 만에 완료 되면서, 극심한 반대를 극복하고 합의에 이른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천을 비롯해 평창, 태백에 있는 ‘어울림 쉼터’는 그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홍천군은 경과 마을이 15곳 있고, 서석면 어론2리가 79개 마을 중 가장 마지막에 합의할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 사업 초기 주민들은 “송전탑이 암을 유발한다”며 마을을 찾아 온 한전 직원들과의 만남조차 거부했다.

한전으로부터 중재 업무를 위탁 받아 주민 상담, 어울림 쉼터 운영을 맡은 한국갈등관리연구소 연구원들도 문전받대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미라 한국갈등관리연구소 대표는 “반대가 심한 주민들 수록 일주일에도 여러 번 만났고, 주민들의 필요를 들으며 신뢰부터 쌓았다”며 “어느 한 쪽의 편에 서지 않고, 양측의 입장을 전달하는 중재자 역할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경과지 주민들을 어울림 쉼터로 초대하고, 청춘 사진을 찍는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송전선로 전자파가 한국의 전자파 인체보호기준(83.3μT)보다 훨씬 낮아 안전해도, 주민들이 안심하기 까지는 4년~5년에 걸친 부단한 소통이 필요했다.

한전 HVDC건설본부 관계자는 “공사 착공 이후에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울림 쉼터를 계속 운영하면서 주민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홍천 어울림쉼터로 송전선로 경과지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 개최한 청춘 사진관 촬영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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