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구가 제일 재밌어요. 누가 하지 말라 해도 계속 할 거예요. 평생 하고 싶어요”
인도 출신 부모를 둔 4학년 기미레 수딕차는 현재 네팔에 있는 아버지의 권유로 5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다. 부모가 한국으로 넘어온 뒤 태어난 ‘한국인’ 수딕차는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다. “탁구를 한 뒤 인생이 달라졌다”는 수딕차의 말처럼, 남춘천초 탁구부는 ‘즐거움’이 가장 큰 자랑거리다.
남춘천초 탁구부는 1978년 창단해 올해로 47년째를 맞이한 강원도 탁구의 뿌리를 지켜온 전통의 팀이다. 수 많은 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팀은 지금도 조용히 그 명맥을 잇고 있다.
2012년부터 여초부로 운영 중인 이곳은 현재 6학년 2명, 5학년 1명, 4학년 4명, 2학년 1명 등 총 8명의 선수가 운동 중이다. 규모는 작지만 매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훈련에 매진하는 집중도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남춘천초가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였다. 남춘천초는 여자 초등부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탁구 종목으로는 무려 20년 만에 강원도에 메달을 안기는 쾌거를 이뤘다.

황정희 지도자는 “아이들이 탁구를 오래 즐기고, 생활체육으로라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요즘은 성취감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이 많아 개수 중심 훈련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즐거움이 우선이라는 원칙은 단단하다.
선수 발굴도 특별하다. 2~3학년 체육 수업이나 방과후 스포츠클럽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라켓을 접하게 하고, 가능성이 보이면 운동부로 권유한다. 아이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 덕에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입단한다.

“이겼을 때 기분이 너무 좋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밝힌 ‘에이스’ 최아연(6년)은 1학년 때 언니를 따라 처음 라켓을 잡았다. 지난해 도 랭킹 1위였던 그는 올해 강원도 대표 선발전에서 2위에 올라 전국소년체전 출전을 확정지었다. 친구인 최아연을 따라 탁구부에 입단했다는 최서은은 “아연이와 함께하는 마지막 대회인만큼 꼭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외에도 할아버지를 따라 유치원 때부터 탁구장을 드나들었다는 양서현(5년), 지도자에게 스카우트돼 운동을 시작한 김설현(4년), “엄마가 하라 해서 했는데 진짜 재밌다”고 말하는 2학년 장선하까지, 작은 체육관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탁구공처럼 튀어오른다.
탁구부의 두 기둥 최아연과 최서은은 오는 24일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9월에는 후배들만으로 스포츠클럽 대회에 나설 예정이다. 황정희 지도자는 “선배들 없이 나서는 첫 대회지만 잘 해낼 거라 믿는다”며 “작은 팀이지만 강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