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중 170일 이상이 안개에 휩싸이고, 5개월 이상 영하에 머무는 곳이 있다. 인간에게는 혹독한 자연환경이 또 다른 생명에게는 축복이 된다. 인제 ‘대암산 용늪’은 순수 습원식물 등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6·25전쟁 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1966년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전설처럼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안개와 습도는 용늪 전체를 언제나 촉촉하고 탄력 있게 돕는다. 짙은 갈색의 이탄층이 형성됐는데 이는 채 썩지 못한 식물들이 쌓여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지층의 일종이다. 1년에 약 1㎜의 이탄층이 쌓이며, 용늪의 이탄층은 평균 1m, 깊은 곳은 1.8m다. 그 역사만 무려 4,500년이다. 총 515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계절마다 각양각색의 모습을 연출한다. ▼국내 특산식물인 금강초롱을 비롯해 백두산과 한반도 산간지대에서만 발견되는 고산식물 비로용담, 산사초, 삿갓사초, 물이끼, 개통발, 끈끈이주걱처럼 물을 좋아하는 습지식물이 어우러졌다. 수천년 썩지 않고 퇴적돼 온 식물들의 잔해가 그대로 있어 과거 한반도의 식생과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문화재청이 1973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으며, 빼어난 자연경관 때문에 1989년 환경부 생태경관 보전지역이 됐다. 1997년 우리나라가 람사르협약에 가입하며 제일 먼저 등록한 습지다.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2006년에는 산림청의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됐다. ▼최근 대암산 용늪 탐방이 재개됐다. 탐방은 오는 10월 말까지 운영된다.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하루 250명 제한된 인원만 입산 가능하다. 인제에서 150명, 양구에서 100명이 탐방한다. 인제 코스는 도보로 왕복 4시간 걸리는 서흥리길이 하루 120명, 차량으로 이동하는 가아리길이 하루 30명 신청할 수 있다. 대자연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한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