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출신 장국철 작가의 초대전 ‘민속의 시간, 화폭에 담다’가 오는 7월31일까지 강릉 디자인씽킹뮤지엄에서 열린다.
장국철 작가는 한국의 정서를 담은 사실적 정물화를 중심으로 깊은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중견 작가로, 한국 민속기물에 깃든 시간과 손길을 화폭 위에 재현하며 사물에 스며든 감정과 기억, 삶의 온기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특히 그는 사라져가는 것들 속에서 따뜻한 정(情)을 발견하며 한때 누군가의 손때가 묻으며 쓰였을 쓸모 있는 물건들, 어머니의 잊힌 일상과 애환 등 잊혀진 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색이 바래고 먼지가 내려앉은 오래된 사물들은 작가에게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매개체가 되며, 그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과 예술적 헌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원예술고 교장으로 정년을 마친 뒤 본격적인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장 작가가 은퇴 후 처음 완성한 작품 ‘정(情)-바라보다’가 공개된다. 이 작품은 정물대 위 덩그러니 놓인 오지 항아리에서 시작됐다.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색했던 그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고요한 정물 속에서 기억을 되짚고 그 모든 감정을 붓질에 담아냈다. 이 작품은 작가로서 새로운 여정을 향한 출정식의 증표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형성과 시간성을 아우르며 민속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되살려내는 장 작가의 깊이 있는 예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장국철 작가는 “내가 세상에 있기도 전에 존재해 수많은 사연을 맞아 역할을 다했을 소재들에 대한 애정은 곧 내 자신에 대한 애정과도 같다”며 “오래된 민속품 하나하나에 깃든 생명력과 존재의 무게를 경외의 시간으로 바라보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