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출신 김운성 작가가 고향에서 펼치는 첫 전시 ‘벽과 벽 사이’가 3일 갤러리 느린시간에서 성황리에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느린시간의 릴레이 기획전 ‘시線’의 두 번째 전시로, ‘평화의 소녀상’ 작가로 잘 알려진 김운성 작가가 역사적 사건과 공동체의 고통을 예술로 껴안아온 작업세계를 조명하며 이목을 끌었다.
김 작가는 오랜 시간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사회적 트라우마를 예술로 형상화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씨앗과 희망’을 중심 주제로 억압과 상처의 흔적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메시지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씨앗’ 시리즈는 2015년께 김운성 작가가 경기도 화성 매향리의 농섬을 방문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6·25전쟁 이후 미 공군의 사격장으로 사용된 이 지역은 수십년간 공중사격훈련으로 인해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어야 했던 곳이다. 김 작가는 “포탄에 맞아 목숨을 잃은 주민과 임산부, 아이들도 있었고, 사격 훈련 중 실탄이 사용되면서 마을 유리창이 깨지고 소리로 고통받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매향리 주민들은 생업을 위해 조개 채취를 하러 앞바다에 갔다. 앞바다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해변에 떨어진 포탄을 하나하나 꺼내야 했고 그렇게 모인 포탄들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김 작가는 그 모습을 보며 “죽음의 무기 속에서도 새 생명이 움트는 씨앗을 떠올렸고, 이를 계기로 ‘씨앗’을 주제로 한 첫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거셌던 시절 대학을 다닌 김 작가는 미술학도로서 격변하는 세상을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특히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전시가 개막한 것에 대해 그는 “오늘 이 전시가 무도한 내란정권이 사라지며 다시 희망을 갖자는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작에 대해 “전두환 정권 시절 소양중학교에 다니던 때, 실제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친구가 있었다”며 “그렇게 끌려간 사람들은 깊은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그 고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처는 슬픔의 표식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새싹을 들고 일어서는 모습은 곧 희망의 상징”이라며 “실제로 세상을 만져보면 굉장히 연약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돌을 들고 일어서는 인간의 힘을 예술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의 희망의 씨앗은 다양한 색과 형태로 현실의 역경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삶과 희망이 피어나는 모습을 담아낸다.
한편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열리며 작가와의 대화는 7일 오후 3시 전시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