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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실향민 도시, 속초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25전쟁이 빚어낸 실향의 역사가 시작된 달이기도 하다. 실향민은 고향을 떠난 후 그곳에 자유로이 돌아갈 길이 막힌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이 모여 살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속초다. 전쟁을 피해 북한에서 남하한 피난민들은 속초에 정착하면서 속초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관광도시 속초라는 이미지에 실향민의 애환을 덧입히고, 산업 기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50년대 초만 해도 속초의 산업은 농업 위주였다. 어업 기술을 갖고 있는 실향민들이 유입되면서 어업의 비중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1950년대 후반 속초 지역의 어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타 지역에 거주하던 실향민들이 “속초에 고향 사람들이 많다더라”는 입소문에 속속 속초로 이주하면서 실향민촌을 형성하게 됐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이다. 이들은 “머지않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안고 고향과 가까운 속초를 마지막 기착지로 선택했다. ▼영랑동, 동명동, 금호동, 교동 등 ‘속초 1~6구’에 자리 잡은 실향민들은 삶의 터전을 일구며 관광도시 속초를 개척했다. 또한 청호동 일대에 정착한 실향민 1세대들은 항구도시 속초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노인이 되고, 서로 의지하던 고향 사람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실향민 1·2세대에 이어 3·4세대 일부만이 속초에서 살아가고 있다. ▼속초시는 매년 6월이면 실향민의 삶과 애환을 기리기 위한 실향민문화축제를 연다. 2016년부터 시작됐다. 실향민의 아픔과 공동체문화를 되돌아보고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축제다. 올해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향수(鄕愁)’를 주제로 엑스포 잔디광장과 청호동 아바이마을에서 열렸다. 실향민문화축제는 분단이라는 역사적 아픔과 화합의 메시지를 담아 내고 있다. 속초는 실향민의 도시이자 6·25전쟁이 만들어 낸 도시다. 속초시가 분단의 아픔과 실향민의 독특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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