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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호등]인구 변화의 최전선 강원

홍예빈 문화교육부

오는 11일이 ‘인구의 날’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인구의 날은 인구 불균형이 초래하는 영향을 알리고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하지만 법정기념일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 날을 인식하고 인구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시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유치원 등록하려면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는데 정말 저출생이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을 통해 위기를 체감하는 인식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느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 현장 실무자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들이 많아서가 아닌 유치원과 소아과 같은 기반 시설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대기를 걸 수밖에 없다고, 오히려 아이들이 없기에 시설들은 더 폐원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관심이 없으면 문제와 변화를 인식하기 어렵다. 도심은 여전히 분주하고 인구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위기가 아니라 일상에 서서히 스며드는 변화이기에 더욱 쉽게 간과한다.

강원도의 인구 구조는 실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강원도의 고령화율은 25.1%. 도민 네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셈이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5.3% 높은 수치고 평균 연령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48세에 도달했다. 출산율은 0.65명에 불과하고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12곳이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직접 현장을 마주하지 않으면 그 변화는 통계로만 존재할 뿐 실감되지 않는다. 수치는 분명한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나열에 우리는 익숙해졌고 그 사이 문제는 더 깊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문제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영향력이 이미 우리 일상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볼 때이다.

이에 도내에서는 급속한 인구 감소와 구조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복지현장에서는 다양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각 기관과 단체에서는 ‘인구 인식 개선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하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원지회는 오는 5일 ‘사람이 머무는 강원자치도, 함께 만들어가는 강원자치도’를 주제로 인구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 변화와 구조의 현실은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지속적인 참여 없이는 일회성 캠페인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에 이를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꾸준한 관심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인구변화와 ‘무관심’이라는 두 가지 문제와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원도는 지금 인구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하지만 이 변화를 정부나 전문가들만의 과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먼저 겪고 있을 뿐, 결국은 우리 모두가 마주하게 될 현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복지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연대하는 시민 개개인의 문제의식과 관심이다다가오는 인구의 날이 또 하나의 행정적 기념일로만 지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반짝이는 조명은 순간을 비추지만 꺼진 후에도 곁을 지키는 건 따뜻한 조명의 온기다.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표어와 수치를 넘어 도민 모두가 함께 바라보고 참여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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