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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청봉] 찰옥수수 축제의 미래

신하림 홍천주재 부장

홍천에서 두 번째 여름을 보내면서 알았다. 찰옥수수가 얼마나 인기 있는 여름철 먹거리 인지. 갓 삶은 찰옥수수의 고소한 향기는 트렌드에 민감한 20~40대 여성부터 60~70대까지, 남녀노소가 좋아했다. 아흔을 넘긴 지인의 어머니는 옥수수를 먹고 싶어 틀니까지 바꿨다고 한다. 삶의 마지막이 가까운 순간, 추억을 향한 강렬한 회귀 본능이 아닐까 싶었다. 찰옥수수는 강원 지역 밖을 벗어날 수록 인기가 있었다. ‘찰옥수수 한 상자’는 요즘 트렌드인 건강, 로컬, 레트로(복고풍)감성을 담은 계절 선물이었다.

홍천 찰옥수수를 축제를 보면 더 놀랍다. 올해로 29회째를 맞은 이 축제의 원형은 ‘장터’에 가깝다. 지역 농협들이 농가 3,000여곳에서 수매한 찰옥수수를 3일간 판매하는 것이다. 택배 배송은 안 되고, 오로지 현장 구매만 가능한데도 찰옥수수는 매년 동난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오고, 4~5상자를 들고 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2006년 지리적 표시 15호로 등록되며 ‘홍천 찰옥수수’는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

내년에 30회를 맞는 홍천 찰옥수수 축제의 과제도 있다. 우선 기후 변화로 인해 출하 시기와 축제 시기를 맞추는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출하 시기가 빨라지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7월 19일~21일에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도 이 시기를 골랐더라면 기록적인 폭우에 열리지도 못할 뻔했다. 예년처럼 7월 말에 개최했지만 대신 기록적인 폭염이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마른 장마로 찰옥수수 크기 등 상품성을 갖추는 것도 어려웠다.

홍천 찰옥수수의 경제적 효과가 여름철에만 국한된다는 점도 과제다. 홍천군에는 찰옥수수 농가가 3,800곳 있지만 전업농가 비율은 적고 다른 작물의 전작, 후작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대부분이다. 옥수수는 실온에서 보관 기간이 짧아 빠른 시간 내에 먹어야 한다. 이 때문에 가공 식품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 30년간 홍천 찰옥수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산업 구조는 1차 농산물 위주의 ‘한철 장사’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내년이면 30회를 맞는 홍천 찰옥수수 축제의 지향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30년처럼 밭에서 갓 딴 찰옥수수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장터’의 원형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변화하고 진화하며 혁신할 것인가란 갈림길에 서 있다. 기후 변화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축제를 위해서는 ‘찰옥수수 그 이상의 것’을 판매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찰옥수수 가공식품 개발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 이상의 것’이란 무엇일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정치는 어떻게 이동하는가’에서 지식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과거 제2의 물결 경제에서는 토지, 노동, 자원, 자본 등이 주요한 생산 요소들이었지만, 제3의 물결 경제에서 생산 요소는 지식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지식은 데이터, 정보, 사진, 그림, 상징물, 문화, 이데올로기, 가치관 등을 아우르는 넓은 의미의 지식을 말한다. 찰옥수수 축제도 ‘찰옥수수에 대한 지식’을 판매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구황 작물이었던 옥수수가 건강한 지역 먹거리로 변한 트렌드 역사, 축제의 30년 역사를 볼 수 있는 사진전, 찰옥수수 산업의 가치관을 상징하는 캐릭터나 기념품, 찰옥수수로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 정보 등이 모두 해당된다. 이런 브랜드 마케팅은 대표적인 지식 산업이고, 청년들의 시각이 필요하다. 홍천 찰옥수수 축제의 30년 역사를 자산으로, 혁신을 주도할 청년들을 끌어들이거나 키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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