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은 병원 가까이에 살고 싶어 한다. 강릉에도 큰 병원이 있다. 아산 정주영 회장이 1996년 11월 강릉병원으로 개원하고, 2002년 4월 강릉아산병원으로 명칭을 바꾼 병원이 있다. 병원이 설립되고 30년 동안 수많은 인명을 구했으며, 보다 차원 높은 의료서비스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영동 지역민에게 참 고마운 병원이다.
2021년 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2024년 5월 기준으로 의사 205명, 병상수 748병상으로, 아산병원 중 서울아산병원 다음가는 큰 병원이며 영동지역 최대의 병원이다. 2023년 기준 일평균 외래환자 2,095명, 연간 12,500여 건의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강원 영동권역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며, 지역의 병원들과 긴밀한 협력을 맺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병원에 다닐 일이 없어 병원을 모르고 살았던 지난 시간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다. 직장에서 정년을 하고 나니 병원에 다닐 일이 늘어 간다. 안과에도 가고 치과에도 가고 내과에도 간다. 연로하신 부모님들과 나, 셋이 매주 한, 두 번 병원에 출입하는 것 같다.
얼마 전 7월 어느날의 일이다. 내가 밤에 잠꼬대가 심하다고 아내가 그 병원 신경과에 진료예약을 했다. 신경과에 외래진료를 받고 그 며칠 뒤의 날짜로 수면검사 예약을 했었다. 담당 간호사는 다음 진료 안내장과 수면검사 안내장에 주의사항을 밑줄 그어가며 설명해 주었다. 원무과에 진료비를 내며 검사비도 미리 내겠다고 하니 아직 처방이 나오지 않았으니 검사 당일에 내라기에 그러려니 하고 돌아왔다. 병원에선 의사, 간호사, 수납직원 등 의료진과 대면할 때 마다 성명과 생년월일을 말해야 한다. 귀찮은 일이지만 정확한 의료관리를 위한 것이니 모두가 감내한다. 나도 그런 셈이다.
며칠 후 예약한 검사날이 되어 저녁무렵에 병원에 갔다. 수면검사라서 밤 시간에 하게 된 것이다. 야간 수납창구에 검사비를 내고, 검사실에 전화하여 안내를 받아서 검사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야간창구 수납원이 예약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에야 내가 받은 진료예약지와 검사안내지 중 검사 안내지에 다른 이의 이름이 적힌 것을 알았다. 검사실 직원과 통화했는데 당일 검사자 명단에 없으니 내일 전화해서 다시 예약을 잡으라고 했다. 단호했다. 어렵게 시간 내서 계획한 일정이 허사가 된 것이었다. 이런 일도 있을 수도 있구나. 되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봐도 열이 나는 일이었다.
다음날 병원 대표전화로 전화를 했다. 해당과로는 연락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대표전화 예약실에서는 나의 자초지종을 듣고는 대뜸 민원센타에 신고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직접 해당과에는 연락할 수 없었다. 본인이 중간 연결역이며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약이 바싹 오른 상태로 병원 해당과에 갔다. 나를 담당했던 그 간호사는 아니었지만 나를 맞이한 간호사는 진심으로 미안해 했다. 그 진심에 녹아서 다시 3주 뒤로 검사날짜를 잡고, 진료일을 다시 정하였다. 의료인의 기계적 태도가 일반 환자들에게는 높은 벽임을 실감했지만, 나 혼자만 아는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날은 강릉 기온이 섭씨 39도에 이르는 뜨거운 날이었다. 주변에서는 병원에 가서 드러누워 항의하라고 했지만, 미안함을 가지고 임해준 그 간호사의 진심에 내가 스며들었다. 2025년 가장 뜨거운 날의 병원 에피소드다. 매 순간 성명, 생년월일을 확인하면서도 그런 착오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정말 열이 나는 일이었지만 그 순간을 잘 감내하며 혼자만의 일로 흘려보낸 것이 흐뭇하기도 하다. 모든 의료인의 노고에 감사하며, 진심의 의료서비스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