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은 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목이 마르면 컵에 담아 마시고, 더우면 언제든 샤워할 수 있다. 수도꼭지만 틀면 항상 나왔기에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로 인식한다. 그런데 지금 강릉에서는 그 익숙한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 강릉시의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역대최저치인 17.4%(25일 오전)를 기록하고 있어 8월 21일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지켜내야 할 소중한 자원이라는 점을 절실히 보여주는 상황이다.
강원도는 취수원 확보가 쉽지 않고 지형적인 제약이 많아 생활용수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해 극한 가뭄과 물 부족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일시적 불편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해야 한다. 새로운 취수원을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당장 실천 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미 있는 물을 잃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누수 절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방상수도 노후상수관망 정비사업’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노후상수관망 정비사업은 노후화된 상수도 관망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누수를 조기에 발견해 신속히 보수하는 프로젝트다. 최근에는 ICT 기반 스마트 계측 기술과 음향 탐지 장비 등을 도입해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의 누수까지 찾아내고 있다. 과거에는 물이 새고 난 뒤에야 대응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원지역에서는 횡성군을 시작으로 11개 지자체에서 총 4,300여 억원규모의 노후상수관망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21년에는 횡성군 사업을 완료했으며, 2024년에는 속초시, 양양군, 인제군을 2025년에는 철원군, 원주시, 삼척시, 동해시 사업을 순차적으로 마무리했다. 그 결과 매년 1,380만9,000㎥의 새는 물(인구 12만5,000명 규모의 도시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을 잡았고, 연간 285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강원도의 경우 누수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 절약된 물은 새로운 취수원을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고, 제한급수 활용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수천억 원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시설 건설과 비교하면, 누수 관리야말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금의 단수 위기를 반드시 극복한다는 각오로 노후상수관망 정비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 그러나 이미 있는 물을 잃지 않고 아끼는 일은 한국수자원공사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물은 노후화된 상수도관에서만 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땅속에서 새는 물은 우리가 잡을 수 있지만, 일상에서 새는 물은 시민 여러분이 함께 막아주셔야만 한다. 양치컵을 사용하고, 빨래를 모아 세탁하며, 설거지할 때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 작은 실천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된다. 지방정부 또한 물을 아끼고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물은 생명 그 자체이고, 우리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강릉시 제한 급수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언제든 비슷한 상황이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새는 물을 막는 일’은 그 어떤 대규모 시설보다 빠르고 확실한 대책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노후상수관망 정비사업을 통해 매년 반복되고 있는 가뭄에 대응하고, 물이 있는 일상이 당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