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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정칼럼]재범의 위험성, 치료의 필요성

박혜련 춘천지방법원 판사

혹시 ‘치료감호’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형사재판을 하다보면 간혹 처벌보다 치료가 더 필요해 보이는 피고인들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가령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의 영향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범죄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단순한 처벌만으로는 재범을 예방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자각이 부족하거나 주변의 돌봄과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현실적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기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도 많고, 결국 이로 인한 위험 부담은 고스란히 사회 전체로 돌아오게 됩니다. 치료감호는 이와 같이 심신장애 또는 마약류·알코올 그 밖에 약물중독 상태 등에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 중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입니다.

치료감호법은 치료감호청구의 주체로 검사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가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하면 법원은 치료감호의 필요성을 판단하여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 있고, 치료감호 선고를 받은 사람은 치료감호시설에 수용되어 치료를 위한 조치를 받게 됩니다. 다만 법원은 검사가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는 경우에도 공소제기된 사건의 심리결과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치료감호법의 목적, 치료감호대상자의 범위, 치료감호청구의 요건과 절차, 치료감호청구 요구 제도의 취지와 기능,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관한 판례 법리 등을 종합하여 보면, 치료감호법이 법원에 대하여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치료감호청구 요구 여부가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치료감호대상자의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 촉진이라는 치료감호법의 목적에 따른 재량의 내재적 한계가 있으므로, 공소제기된 사건의 심리 결과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과 아울러 일정한 강제력을 수반하는 감호 상태에서 치료받아야 할 필요성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이 명백하게 확인되었는데도 그러한 요구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재량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부분입니다. 이를 계기로 일선 법원에서도 치료감호 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종전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하게 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치료감호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범죄자의 재범방지 및 사회복귀 촉진을 도모하는 한편 사회 구성원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치료감호법이 2005년 제정되었고,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의 통계에서 확인되는 치료감호청구 건수는 2020년 65건, 2021년 78건, 2022년 93건, 2023년 86건, 2024년 46건으로 연 평균 100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치료감호에 관한 인식 제고, 충분한 예산 지원을 통한 전문 인력과 시설 확충, 유형 및 증상에 따른 세분화된 치료 프로그램 마련, 사회적 관심 등이 어우러져 앞으로 치료감호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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