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며 강원지역 곳곳이 메말라 가고 있다. 강릉시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강릉 등 영동지역 가뭄은 1일 현재 134일째 지속되고 있다. 봄과 가을, 특정 시기를 벗어난 산불도 빈번해지고 있는데다 매년 산불은 대형화 되며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해마다 대형산불=동해안 지역은 푄 현상으로 비가 와도 대지가 쉽게 건조해진다.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강한 바람인 '양강지풍'을 타고 피해 범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인화력이 강하고 내화력이 약한 소나무 산림이 많은 것도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0년 이후 2020년까지 강원도 대형 산불 27건 중 발생기간이 3일 이상인 산불은 7건이었다. 2022년 산불로 인한 강릉(1,485㏊), 동해(2,735㏊), 삼척(2,162㏊)지역의 피해면적은 모두 6,382㏊에 달할 정도로 동해안 지역의 산불은 대형화 되고 있다. 2023년 4월 강릉 난곡동 야산서 시작된 불은 순간 최대풍속 초속 30m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강릉 경포 일대 379여ha를 태웠다. 강풍은 초대형 헬기마저 무용지물로 만들며 초기 대응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사계절 산불 위험 지역=지난달 25일 삼척시 가곡면 오목리의 한 야산에서 불이나는 등 올해 6월1일부터 8월26일까지 강원지역 산불은 총 4건으로 산불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있다. 기상청의 40여년간 우리나라 봄철 건조 경향과 산불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대기 중 수증기량을 가리키는 상대습도는 1980년대 71.3%에서 최근 10년 사이 67.4%에 머무르고 있다. 메마른 공기로 여름철 가뭄과 마른장마가 반복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으로 최근 한반도 해역 수온은 지난 100년간 약 1.5도 상승했다. 바닷물 온도가 뜨거워지며 공기가 빠르게 팽창, 기압계가 고기압 형태로 나타나 여름철 폭염과 가뭄, 강풍이 겹쳐 대형산불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기후재난 통합 관리 대응 필요=산불 예방과 동시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나가야 한다. 빽빽한 소나무숲도 밀도를 낮추고 활엽수와 혼합해 식재할 필요가 있다. 초속 20m 이상의 강풍에도 운항이 가능, 초기 진압이 가능한 초대형 헬기의 추가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산불을 기후위기 재난으로 간주하고 장비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산림청 관계자는 "연중 발생하는 고온 현상, 낮은 강수량, 건조일수 증가 등 이상기후로 산불은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하고 있다"며 "선제적 예방과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