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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금강산 관광 재개, 속초항 크루즈를 활용하자

최종현 속초시의원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외교의 주요 기조로 삼아왔고. 북한 개별관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흐름은 2008년 이후 중단된 금강산관광의 재개 가능성을 현실적인 수준에서 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금강산관광은 과거 남북 경협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경제적·정치적 측면 모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녔다. 하지만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전면 중단된 후, 관련 인프라는 10년 넘게 방치되었고, 시설 대부분은 낙후 또는 훼손되었다. 이제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준비하는 방식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금강산 지역 내 호텔 및 관광 시설을 다시 건설하는 방식은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한반도 정세에서 지나치게 리스크가 크다. 향후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될 경우, 민간 기업이나 정부가 투자한 시설이 회수 불가능한 자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크루즈선을 활용한 '해상 숙박형 관광'이다. 크루즈를 금강산 앞바다에 정박시키고 이를 숙소 및 관광 기지로 활용하는 방식은, 육상 시설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관광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대안적 모델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략에서 주목해야 할 지역이 바로 속초항이다. 속초는 이미 크루즈 여객 터미널을 갖추고 있으며, 관광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크루즈 관광의 출발지이자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방식은 유연한 관광 운영이 가능하며,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관광 노선을 변경하거나 철수하기도 쉬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크루즈선 자체가 이동 가능한 관광 기지이기 때문에, 금강산 뿐만 아니라 향후 원산 등 동해 북부 해안 지역 관광 확대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지역 경제, 특히 강원도와 속초시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크루즈 관광이 활성화되면, 선박 정박, 승객 이동, 관광 소비 등이 지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광 수요를 증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기존의 금강산 육로 관광이 지역 간선 도로와 통일전망대, 고성 지역에 국한되었다면, 해상 크루즈 관광은 속초를 중심으로 한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남북 간 해상 관광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둘째, 크루즈선을 이용한 관광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안에서 법적·외교적으로 허용 가능한지를 검토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 민간 기업이 함께 협력하여 크루즈 운영과 항만 인프라 확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유연한 접근 방식을 통해 남북관계를 새롭게 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의 가능성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지금, 크루즈를 활용한 해상 관광 모델은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해법이자,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속초는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준비된 항만과 관광 인프라, 지리적 이점은 속초를 금강산관광의 해상 관문으로 성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전략적 판단과 지역의 선제적 준비가 함께할 때, 우리는 평화와 번영의 동해 관광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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