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해 숨진 채 발견된 경북 예천 출신 한국인 대학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현지 범죄조직과 연결된 국내 연계조직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국내 연계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활동해 수사망을 피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관련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 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3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포통장 모집책 20대 홍모 씨의 윗선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통신 기록·계좌 거래 내용 등을 통해 국내외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숨진 대학생 박모(22) 씨는 지난 7월 17일 "현지 박람회를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3주 뒤인 8월 8일 깜폿 보코산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경찰은 사인을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박 씨를 모집한 조직과 캄보디아 현지 범죄 조직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관련 정황들을 확인 중이다"라고 말했다.
충남에 있는 대학에 재학 중이었던 박 씨는 같은 대학에서 만난 선배 홍 씨 소개로 캄보디아로 출국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구속기소된 홍 씨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11월 13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텔레그램 '범죄와의 전쟁2' 운영진인 '천마'는 생전 박 씨가 캄보디아에서 촬영된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영상에는 박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마약을 강제로 흡입한 뒤 캄보디아에 오게 된 경위를 일당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담겼다.
천마는 해당 영상을 소개하는 글에서 "홍 씨 소개로 박 씨가 대포통장 명의자로 캄보디아로 넘어간 뒤 5천700만원 금원(돈)에 사고(인출)가 발생해 폭행과 감금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검찰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살인과 사기 등 혐의로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지만, 박 씨를 살해한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인 리모(34)씨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르면 20일께 박 씨 등 공동 부검을 위해 캄보디아 현지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성격상 해외에서 발생한 국외 범죄로 국내 수사로는 한계가 있다"며 "외교 경로를 통한 적극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대학생 사건처럼 사망 사례가 경찰에 접수된 게 있느냐'는 질문에 "범죄 피해 사망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답했다.
경찰은 캄보디아 범죄 대응책으로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 설치, 경찰 영사 확대 배치, 국제 공조수사 인력 30명 보강 등을 추진 중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캄보디아는 다른 동남아국에 비해 경찰 간 협조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외교부 등 관계 당국과 협조해서 계속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1월∼8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캄보디아에 20건의 국제공조를 요청했지만, 실제 회신은 6건(30%)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최근 5년간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한 범죄인은 2021년 18명, 2022년 26명, 2023년 22명, 2024년 48명 등 총 147명으로 급증세라고 밝혔다. 올해는 1월부터 8월까지 33명이 송환됐다.
다만 캄보디아 내 한국인 변사 사건 통계는 외교부가 관리하고 있어 별도 집계를 하지 않는다고 경찰은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이후 감금을 당했다며 한국 공관에 들어온 신고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에 머물다 올해 1∼8월 330건으로 급증했다.

유 직무대행은 "다음 주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의 양자 회담에서 캄보디아 내 코리안 데스크 설치 및 현지 경찰의 강력 대응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캄보디아 관계 당국과의 업무협약(MOU) 체결, 인력 파견 규모 논의 등이 필요해 코리안 데스크가 단기간에 설치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필리핀에 설치돼있는 코리안 데스크는 한국 대사관이 아닌 현지 경찰청에서 근무한다. 주권 문제도 얽혀있어 상대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직무대행은 경찰청이 2023년 외사국을 축소한 게 해외 수사 역량 축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에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경찰청은 당시 국제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국제범죄수사대를 마약수사대 산하 국제범죄수사계로 축소시키고, 외사계를 정보과 등으로 통폐합한 바 있다.
유 직무대행은 국가수사본부장의 캄보디아 방문 계획에 대해서는 "캄보디아가 협조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크게 실효적 방안을 찾기 어렵지만, 계속 방문해서 (수사 공조 강화를) 요구하면 비협조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폴 등 국제기구와 함께 캄보디아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 씨 사건이 한국 경찰에 접수된 경위도 공개했다.
지난 8월 사건 발생 이후 한국 경찰청에 변사자 지문 감식 요청이 들어왔고, 8월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긴급 감정 결과를 현지 대사관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실종자에 대한 정확한 위치 정보가 없어서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 가해자가 '대치동 마약 사건'과도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관련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이 10월 내로 가능하도록 캄보디아 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유 직무대행은 "이달 중으로 경찰과 국과수가 현지를 방문해 시신을 부검하고 국내 추가 수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유족의 시신 인도는 부검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사이버수사대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고수익 보장' 캄보디아 유인 글이 게시되는 구인·구직 플랫폼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또 보이스피싱 통합대응센터 분석 차단팀 등과 협조해 유인 의심 글을 차단하는 조치도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