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현우 충북체육회장과 윤두영 충북배구협회장 등 지역 체육계 인사들로부터 1천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19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충북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지사는 "(돈봉투 수수)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가서 잘 설명하고 나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조사실로 이동했다.
김 지사는 지난 6월 26일 오전 충북도청 도지사실에서 윤 체육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윤 체육회장이 윤 충북배구협회장과 사전에 250만원씩 돈을 모았으며, 당일 일본 출장길에 오르는 김 지사에게 여비 명목으로 이를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미국 출장을 앞두고 청주의 한 카페에서 윤 체육회장과 윤 배구협회장, 이재수 충북롤러스포츠연맹회장을 만나 이들로부터 현금 6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김 지사에게 주기 위해 사전에 200만원씩 돈을 모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간 확보한 이 사건 피의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김 지사에게 금전을 수수한 사실이 있는지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수사 초기부터 언론 등에 금품을 수수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왔다.

한편, 윤 체육회장과 윤 배구협회장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체육회장은 앞서 경찰 조사에서 5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넨 혐의와 관련해 "지사님을 만나기 전 현금을 인출한 사실은 있으나, 지사실에 가지고 올라가지는 않았다. 당시 돈봉투는 차에 두고 내렸다"고 진술했다.
반면 윤 배구협회장은 "윤 체육회장이 지사님에게 여비를 주자고 해서 윤 체육회장에게 제 몫인 250만원을 이체한 사실은 있다"면서 "그러나 이후 돌려받았다고 들었고, 그 진위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페에서 현금 600만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 윤 체육회장과 이 롤러협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윤 배구협회장은 "지사님에게 저희 셋이 돈을 주기로 하고 제 몫인 200만원을 보탠 사실은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제로 건네졌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체육회장은 본인의 혐의에 대해 "일본 가시는 김 지사에게 여비를 마련해 주면 어떻겠느냐고 윤 배구협회장과 논의한 사실은 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었고, 윤 배구협회장은 "윤 체육회장에게 250만원을 이체한 것은 그의 요청을 받고 빌려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윤 체육회장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누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윤 체육회장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김 지사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윤 체육회장의 음성이 나온다.
영상을 보면 윤 체육회장은 지난 6월 26일 윤 배구협회장과의 통화에서 "지사님 만나고 왔어. 그래서 줬, 이렇게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윤두영 회장님과 저하고 둘이 반씩 해서 잘 다녀오시라고 한 거라고, (웃음) 그러니까 고맙다"라고 했다.
이날은 김 지사가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과 프로야구 돔구장 벤치마킹을 위해 일본 방문길에 오른 날이며, 해당 통화는 윤 체육회장이 오전 9시 40분께부터 김 지사를 집무실에서 만나고 나온 이후인 오전 10시 17분에 이뤄졌다.
연합뉴스가 앞서 입수했던 같은 영상을 보면 윤 체육회장은 하루 전인 6월 25일 전화로 윤 배구협회장에게 "둘이 반씩 해서 다섯개 만들어 드리자. 내가 내일 도청에 들어가서 형님하고 반반씩 한걸로"라고 제의했다.
2분 뒤에는 김 지사와의 통화에서 "내일 어디 가세요? 윤두영 회장이랑 저하고 통화를 했어요. 제가 10시쯤 도청에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했었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을 마치는 대로 김 지사도 소환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