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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평균기온 1도 오르니 농업 초토화 “종합 대책 시급”

홍천군 등 강원도 올해 폭염·가을 장마 피해 광범위
벼, 과수 작목부터 고랭지 무·배추까지 생산량 감소
농작물 피해 보상 미미해 “구조적인 대응 체계 필요”

◇올 여름철 폭염으로 2~3근 인삼이 타 들어가는 피해를 입은 농가. 사진=신하림기자

기후 변화에 따른 강원지역 농업 위기가 심각하다. 폭염, 장마 등으로 인한 피해 작물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농업인들의 경영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벼·과수 작목부터 고랭지도 타격=홍천에서 13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허성진씨는 매년 아리수 품종 수확량이 30톤에 달했지만 올해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봄철 개화기 냉해로 수정율이 떨어진 여파였다. 허씨는 “가을 장마 때문에 착색도 덜 됐고 상품 가치도 낮아졌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보험 가입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홍천군 사과 생산량은 30% 감소했다.

강릉의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왕산면 안반데기는 최근 배추와 무 등 농작물 출하를 마쳤다. 하지만 올해 작황은 매우 부진했다. 무름병(배추가 물러 썩는 병), 노균병(배춧잎이 노랗게 변하는 현상) 등의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병해충 피해는 매년 발생하지만 올해는 가뭄에 이은 장마로 피해가 더 컸다는 것이 농민들의 설명이다. 심재웅 한농연 강릉시연합회장은 “비가 안 와서 못 크고 있던 배추가 비가 오면서 갑자기 확 크게 돼 배춧속이 짓물렀다”며 “작황도 부진한데 채소값도 좋지 않아 재해나 다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지역 농업 위축=지역 농업의 위기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 21일 홍천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올해 평균 기온은 14.4도로 전년 대비 1.4도 올랐다. 가을 장마 등으로 일조 시수는 전년대비 19% 감소했다. 홍천군의 평균 기온은 2021~2022년 11도대, 2023년 12도였지만 2024년 13도, 2025년에는 14도대로 상승했다. 이에 따른 농업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3년에는 여름철 잦은 비로 인해 복숭아 당도가 떨어져 출하량이 30% 감소했고 지난해는 이상 고온 현상에 인해 풋고추, 상추, 대파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10월 초·중순까지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사과 작목은 수확이 늦어진 영향으로 휴면기도 지연되며 올해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농작물 피해 범위는 넓었다. 벼는 축구장 555개 면적(396㏊)이 깨씨무늬병 피해를 입었고 콩, 팥, 들깨도 일조량 부족으로 작물이 썩는 병이 평년 대비 20% 증가했다. 고랭지 무·배추도 시들음병 등이 발생했다. 딸기, 토마토도 생육이 지연됐다. 올 여름 폭염에 인삼 농가들은 2~3년근이 타 들어가는 피해가 있었다.

■위기 극복 장기적 대책 시급=홍천군은 기후 변화에 강한 품종 보급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 지도 외에 더 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종민 홍천군농민회장은 “정부와 홍천군은 반복되는 기후위기 재난에 대비해 상시적이고 구조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기후위기 대응형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농업기술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스마트과원'을 개발, 사과농가 보급을 계획중이다. 나무를 평평하게 펼친 다축수형 모델을 활용해 병해충 발생을 줄일 방침이다. 또 착색이 좋고 수확기가 빠른 강원 1·2호 개발로 기후 적응성을 높은 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가을 장마로 인해 깨씨무늬병 피해를 입은 홍천읍 하오안리 농가. 사진=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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