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창간 80주년 기념식은 ‘지역의 역사와 언론의 시간이 맞닿은 순간’이었다. 지난 24일 춘천 스카이컨벤션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단순한 축하가 아니라, 도민과 함께 걸어온 80년의 여정을 예술로 되새긴 ‘감동의 무대’였다.
첫 울림은 대북 퍼포먼스였다. ‘같이 걸어온 80년, 함께 열어 갈 100년’을 주제로 한 이 공연은 북소리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어둠 속에서 울린 첫 북의 진동은 마치 강원일보 창간의 순간을 알리는 듯했고, 6.25전쟁과 전후 복구, 산업화와 민주화, 재난과 회복의 현장 속을 누빈 강원일보의 기록이 시대의 리듬처럼 흘러갔다. 북의 울림 하나하나가 곧 80년의 세월이자 도민의 숨결이었다.
행사장 로비에 마련된 ‘강원일보 80년 역사전’은 그야말로 한 편의 파노라마였다. 광복 직후 문화동지회의 손에서 태어난 팽오통신 그리고 ‘강원일보’ 제호의 탄생부터 시작해, 납활자 인쇄의 시대를 지나 디지털 전환, 그리고 현재 290만 모바일 독자와 함께하는 오늘의 모습에 이르기 까지 언론의 진화가 시간의 흐름처럼 펼쳐졌다. 신문 한 장이 시대의 기록이 되고, 독자 한 명이 공동체의 기억이 되는 과정에 관람객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그 긴 여정을 따라갔다.
기념식의 마지막 순서는 소리꾼 김미나였다. 그는 강원일보 80년의 세월을 ‘축문’으로 엮어 내며, 언론의 길을 걸어온 이들의 헌신과 도민의 지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소리로 전했다. 그의 축문은 한 편의 시처럼 흘러갔고, 객석은 숨을 죽인 채 그 목소리를 따라갔다. 이어진 축하공연을 통해 김미나는 ‘지역과 함께 성장한 언론, 강원일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대북의 진동과 축문의 울림, 그리고 기록으로 이어진 시간의 장면들이 한 공간 안에서 하나로 겹쳐졌다. 그 순간, 강원일보의 80년은 오래된 과거가 아닌 지금 이곳에서 계속 쓰이고 있는 ‘살아 있는 역사’로 숨 쉬었다. 기념식의 끝은 화려한 마무리가 아닌 “80년의 걸음 위에서, 또 다른 100년이 시작된다”는 조용한 확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