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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언대]완벽주의, 골프 멘탈의 양날의 검

하상원 한국골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하상원 한국골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많은 골프 선수는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매일 치열한 연습과 준비를 반복한다.

특히,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성취욕이 강한 선수일수록 ‘완벽한 플레이’에 대한 갈망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 같은 완벽주의적 사고방식은 집중력 저하와 심리적 경직을 유발해, 실전에서는 경기 흐름 전체를 흔드는 취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한 심리적 경직은 실수에 대한 반응에서 특히 도드라진다.

완벽주의 성향의 선수는 사소한 실패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며, “이번 샷은 반드시 성공해야 해”,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어” 같은 자기 압박적 대화를 지속한다.

이처럼 높은 기준과 자기 검열은 내적 긴장을 극대화하고, 경기 리듬을 무너뜨리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결국 선수는 현재 보다 결과에 집착하게 되고, 이는 기술적 흐름 붕괴로 이어진다.

문제는 단지 마음의 흔들림에 그치지 않는다.

심리적 압박은 뇌와 신체 전반에 걸쳐 전형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유도한다.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심박수가 상승하고, 호흡은 얕아지며, 손끝 감각은 무뎌지고, 시야는 터널처럼 좁아진다.

많은 선수가 결정적인 퍼팅이나 티샷 순간에 손의 감각이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와 뇌의 본능적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PGA 투어의 조던 스피스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실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실수를 떨쳐내지 못해 다음 플레이에 영향을 줄 때다.”

실수 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 실수를 오래 품고 끌고 가는 태도다.

완벽주의적 선수일수록 한 번의 실수를 전체 경기 실패로 확대 해석하고, 이는 곧 자기비난과 루틴 붕괴로 이어진다.

집중력은 급격히 저하되고, 반복되는 이 과정은 결국 실수 자체보다 ‘실수 이후의 심리 반응’을 더 두려워하게 만든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심리 회복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다음 세 가지 접근은 실전 현장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첫째, 긍정적 자기 대화의 실천이다.

“괜찮아, 다음 샷에 집중하자”,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같은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뇌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신체 긴장을 해소하는 심리적 안전장치다.

둘째, 일관된 루틴의 유지다.

루틴은 단지 반복 행동이 아니라, 불안정한 감정과 사고를 고정하는 정신적 닻이다.

긴장이 고조될수록 루틴은 감정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는 장치가 된다.

셋째, 성과 중심에서 행동 중심으로의 목표 전환이다.

“언더파를 치겠다” 같은 결과 지향적 목표보다 “매 샷 루틴을 지키겠다”, “과정에 집중하겠다”, “현재에 몰입하겠다” 같은 행동 기반 목표가 몰입을 유지하고 멘탈을 안정시킨다.

완벽주의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선수의 훈련 태도와 기술 향상에 중요한 동력이 된다.

문제는 그 완벽주의가 자기 존재의 기준이 되거나, 실수에 대한 수용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왜곡될 때다.

진정한 프로는 실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실수를 다루고, 실수를 넘어서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결국 회복력(resilience: 심리적 회복탄력성)이야말로 경기 흐름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골프는 실수와 마주하고, 그것을 회복해 가는 경기다.

강한 사람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해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다.

그 힘은, 마음속 단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문장이, 당신의 다음 샷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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