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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대검 연구관들,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사퇴 건의…검사장들 "항소 포기 지시 경위 설명하라" 이례적 집단성명

검사장 18명 입장문 내…"구체적 경위·법리적 이유 납득 안 돼"
정성호 "구형보다 높은 형 선고, 항소 안해도 문제 없다고 판단"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1.10 사진=연합뉴스

속보=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검찰청 연구관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에게 사퇴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연구관들은 전날 회의를 열고 노 대행에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하기로 했다.

입장문에는 거취 표명을 포함한 책임을 다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입장문은 이르면 이날 오전 중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소속 검찰연구관은 대검 각 부별로 기능에 따른 검찰 제도 운용과 정책 집행에 관한 연구·검토를 하는 검사들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시한인 지난 7일 밤 12시까지 항소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판결에 불복하려면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해야 하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할 경우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중앙지검은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이 사건 1심 판결을 놓고 당초 기존 업무처리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법무부 의견을 들은 대검 수뇌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행은 전날 낸 입장문을 통해 항소 포기 결정 과정을 설명하면서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별도 입장문에서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노 대행의 입장을 반박했다.

노 대행은 이날 대검찰청 청사 출근길에 '법무부 장·차관으로부터 항소 포기하란 지시 받았느냐'란 취재진 질문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선 검사장들은 노 대행에게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노 대행과 연수원 동기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박영빈 인천지검장·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이 게시됐다. 대검 수뇌부를 향한 이례적인 집단 성명이다.

검사장들은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검사장들은 입장문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되짚어 양측 엇갈리는 입장을 대비시켜 지적했다.

검사장들은 그러면서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행의 추가 설명을 요청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1.10 사진=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찰청에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취재진에 "원론적으로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검찰의 구형보다도 높은 형이 선고됐고, 검찰 항소 기준인 양형기준을 초과한 형을 선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지시를 하거나 지침을 제시했는지와 관련해선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준 바는 없다"며 "여러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또 "통상적으로 중요 사건은 검찰을 통해 법무부 보고가 이뤄지는데, 선고 결과를 보고받은 뒤 처음에는 항소 여부를 신중히 알아서 판단하라고 얘기했다"며 "이후 두 번째로 대검 보고가 왔을 때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게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장관은 유죄 판단을 받은 부분의 형량 산정 결과인 양형에 관해선 유 전 본부장의 사례 등을 들어 상세히 설명했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 혐의 등 무죄 판단이 나온 법리적 쟁점에 관해서는 추가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최종적으로 지난주 금요일(7일) 항소 마감 당일에 대검이 일선 부서에서 항소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종합적으로 잘 판단해달라고 했다"며 "그날 오후 (민간업자) 남욱 씨가 '검사가 배를 가른다'고 했다는 상당히 충격적인 증언을 했는데 사건이 계속되면 오히려 더 정치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전 법무부 장관)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이 자살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과연 전직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본인은 어떻게 했나"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때 제기된 징계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가 1심에서 승소했음에도 한 전 장관이 장관 취임하자마자 변호인들 바꾸는 등 사실상 '패소할 결심'으로 2심에서 지고 대법원 상고까지 포기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검찰은 정치사건에 매달리면 안 된다"면서 "혁신과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0 사진=연합뉴스

앞서 1심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 8억1천만원을 선고했다.

김만배 씨에게는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이 내려졌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하고 시작한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대장동 사업을 남 변호사와 함께 설계·시작하고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이익구조를 짠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공사 전략사업실 출신인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에 벌금 38억 원, 추징금 37억2천2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게는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으나, 검찰이 적용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손해액 산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양형했다.

특경법상 배임죄는 이득액이 50억 원을 넘으면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는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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