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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기업 잇단 매각, 지역경제 토대 흔들려선 안 돼

“일자리 창출·산업 생태계 형성에 기여한
서린컴퍼니 이어 더존비즈온, 외국 자본에”
전략 산업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을

최근 강원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외국계 자본에 매각되며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라운드랩을 운영하는 서린컴퍼니가 외국계 기업인 구다이글로벌에 인수된 데 이어 더존비즈온이 스웨덴계 사모펀드 EQT에 약 1조3,000억원에 매각됐다. 여기에 휴젤마저도 경영권 매각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지역 기업들의 매각 러시는 단순한 기업 간 거래 차원을 넘어 강원 경제의 지속성과 자생력, 그리고 지역 정체성 유지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물론 기업 매각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흔히 벌어지는 현상이며, 기업 성장과 산업 재편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EQT는 장기적 전략에 따라 더존비즈온을 인수했으며, 초기 수익성보다는 내부 투자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향후 긍정적인 변화가 읽힌다. 서린컴퍼니 역시 매각 지연 끝에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성공적인 인수합병에 이른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과 이면에는 지역 기반 기업의 정체성이 외부 자본에 의해 재편되거나, 심지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게 깔려 있다. 더욱이 더존비즈온은 춘천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ICT 대표 기업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생태계 형성에 기여해 온 상징적인 존재다. 이 기업의 경영 주체가 외국계 사모펀드로 바뀌는 것은 소유권 이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역 본사 유지 여부, 고용 안정성, 지역 내 연구개발 활동 지속 여부 등 핵심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지역사회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의 매각 사례들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구조적 현상이라면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 이후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가운데, 자금 회수와 기업 성장 전략의 하나로 매각이 선택되고 있는 상황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기반 기업들이 외부 자본에 편입되면서 본래의 지역 밀착형 사업 전략이 훼손된다면, 이는 곧 지역경제의 독립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는 이 같은 흐름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은 지역 전략 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지원을 강화해 매각 없이도 성장이 가능한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기업의 M&A가 이뤄질 경우 지역 고용과 본사 유지를 법적·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옳다. 더 나아가 외국계 자본이 지역 기업을 인수할 경우에도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 의무를 명확히 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협의를 통해 지역과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강원특별자치도는 ICT, 바이오, 뷰티 산업 등 잠재력을 가진 기업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지역이다. 이들이 외부 자본의 유입으로 투자처가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의 주체로 남기 위해서는 지역의 관리 역량과 정책적 선도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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