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지난 14일 공동 팩트시트와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최종 확정하자 북한이 18일, "대결적 기도가 다시 한번 공식화, 정책화"됐다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이익, 지역의 평화수호를 위한 보다 당위적이며 현실대응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공동 합의 문서들은 우리 국가에 끝까지 적대적이려는 미한의 대결 의지와 더욱 위험하게 진화될 미한동맹의 미래를 진상하고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내놨다.
논평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와 SCM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4일 만에 처음으로 북한이 내놓은 공식 반응이다.
북한은 3천800여 자에 달하는 장문의 논평에서 팩트시트·SCM 공동성명의 여러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먼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계기"라며 미국이 한국과 함께 정상급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확약한 것은 "우리의 헌법을 끝까지 부정하려는 대결 의지의 집중적 표현"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로써 현 미행정부가 추구하는 대조선 정책의 진속과 향방을 놓고 언론들과 전문가들 속에서 분분하던 논의에는 마침내 종지부가 찍혔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미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우리 국가의 실체와 실존을 부정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스스로 파기하고 백지화한 과거의 조미합의 이행을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파렴치의 극치"라고 일축했다.
한미가 이번 팩트시트에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 이행 의사를 밝히며 대화 재개 의지를 내보였지만, 북한은 '비핵화'를 거론하는 한 대화는 없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서는 "조선반도 지역을 초월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안전 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전지구적 범위에서 핵 통제 불능의 상황을 초래하는 엄중한 사태 발전"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의 핵잠 보유는 '자체 핵무장'으로 나아갈 포석이라며 "지역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고 보다 치열한 군비경쟁을 유발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한동맹의 지역화, 현대화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미국 주도의 나토식 안보 구도를 형성하여 경쟁적수들을 포위 억제하려는 미국의 패권적 기도가 보다 실천적인 단계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현실은 더욱 불안정해질 지역 및 국제안보형세에 대한 각성된 시각과 이에 대처한 책임적인 노력의 배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중국 견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며 이에 대응하는 북중러 차원의 노력에 북한도 동참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팩트시트가 항행의 자유와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 중요성 등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지역내 주권국가들의 영토 완정과 핵심 이익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중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에 동의한 것은 "'준핵보유국'으로 키돋움할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준" 것이라고 했고, 한미 조선협력 및 한미 관세 합의에 대해서는 "주종관계의 심화"라고 비판했다.
다만 북한은 이번 팩트시트 및 SCM 공동성명에 대한 반응을 당국자 명의의 공식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조선중앙통신 논평 형식으로 냈고, 트럼프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지 않았다.
논평은 주민들이 접하는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재명·트럼프 한미 신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공개한 정책노선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과 전략적 대응 방향을 비교적 정제된 언어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합의한 내용을 담은 설명자료 작성을 마무리했다”며 “한미 무역·통상 협상과 안보 협의가 최종 타결됨에 따라,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 중 하나가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내란과 사회적 혼란을 겪으며 다른 국가들보다 늦게 협상 출발선에 섰지만,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이해에 입각한 협의를 통해 상식과 이성에 기반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관세 협상과 관련해선 “양국 정부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또 상업적 합리성이 인정되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를 진행하기로 확인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대한 투자 명목의 실질적 공여라는 우려를 해소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과 원전 같은 전통적인 전략 산업뿐 아니라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서도 양국은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 분야에선 한미 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 전략 자산인 ‘핵 추진 잠수함’의 건조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수십 년간 이어진 대한민국의 숙원이자 안보 핵심 과제였던 사안에 대해 양국이 공동의 의지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미국 해군 함정의 국내 건조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과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도 재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국방력 강화와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고, 미국은 이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 타결을 두고 “한미동맹이 안보와 경제, 첨단기술까지 포괄하는 미래형 전략적 포괄 동맹으로 심화되고 있다”며 “양국이 상생하는 동맹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말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이 결실을 맺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며 “그의 용단에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타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국제 사회의 불확실성과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보여준 담대한 결단력과 치밀한 전략, 국민적 단합을 바탕으로 국익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국제사회에서 오직 국익만이 영원하다”며 “앞으로도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통해 동맹과 우방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외교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