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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력 신장과 더불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교육, 고민해야”

2025 강원교육정책 발굴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2025 강원교육정책 발굴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종합토론이 지난 18일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토론은 최승국 도계고 교장을 좌장으로 지옥경 봉래초 교감, 장인실 치악중 교사, 김용성 흥업초 교사 , 박성은 춘천시 교육도시과 주무관이 패널로 참여해 대만 교육에서 강원교육의 미래 비전을 짚으며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강원교육계 관계자들도 열띤 토론을 이어가며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몰입했다.

2025강원교육정책 발굴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18일 춘천ICT벤처센터에서 열려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박승선기자

■해외연수 종합보고-최승국 도계고 교장

‘강원 교육정책 발굴을 위한 대만 학술연수단’은 지난 5월 국립타이베이교육대, 콴타(Quanta)교육문화그룹을 비롯한 현지 기관 8곳을 방문했다.

대만의 학제는 9년 의무교육으로 대한민국과 유사하다. 교육열은 높고 최상위 국립대학 5곳(국립청화대학, 국립양명교통대학, 국립성공대학, 국립중산대학, 국립중정대학)을 일컫는 약칭 ‘대청교성정((台淸交成政)’ 단어가 있는 만큼 명문대학에 대한 열망이 크다. 대학입학 전형 역시 비슷하다. 다원적 선발 방식으로 학생들의 다면적 역량을 평가하며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지역 우수고교생을 명문대에 선발한다. 학제가 9월초 시작하는 것은 다르지만, 교육열이 높지만 우리의 70~80%의 사교육열을 보인다. 특히 대만은 이중언어 국가를 지향하며 영어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생활기록부를 학교 교사가 만드는 대한민국과는 달리 대학을 가기 위한 모든 기록은 학생이 한다. 자신의 진로설계를 스스로 하는 것이다. 교사별 편차에 따라 학생들 대학 진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대만은 학생 스스로가 하기 때문에 그럴 문제가 없다.

교사 양성 기관인 국립 타이베이 교육대 방문도 인상 깊었다. 교육학, 인문예술학, 이학(과학)의 3개 단과대의 종합대다. 학생이 6,000여명, 교수는 300여명이다. 그곳에선 체계적인 실습을 통해 다양한 전공 배경의 교사를 양성한다. 실습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추후 교사로 일정 기간 의무 근무하게 하는 제도도 인재 양성에 시사점을 제공했다.

이어서 방문한 콴타 문화교육재단은 컴퓨터 하드웨어 및 세계 최대 노트북 제조업체 산하 재단이다. '모두가 문화와 기술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 한다는 비전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과학기술 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교육-기업 협력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사회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 강차오 국제학교 이수강 캠퍼스도 인상 깊었다.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체험형, 맞춤형 교육은 우리의 민족사관고를 떠올리게 했다.

인공지능(AI)기반 디지털 교육을 선도하는 강쉰 교육출판그룹도 방문했다. 1988년 설립해 초중등교과서와 학습콘텐츠 자료개발을 하는 곳이다. 디지털교과서, 콘텐츠 제작에 교사들의 수요와 욕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교사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는 교육시스템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국립타이베이교육대의 교육실습학교를 방문했을 때 전자칠판 등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과 이중언어교육 현장을 직접 경험하게 됐다. 이곳에선 이중언어교육 강화를 위해 주 30시간 이상 쌍어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학부모들이 도서관, 농장활동 등에 참여하며 교육의 주체로 자리잡은 모습도 긍정적이었다.

타오위안 시립 평진고는 학력중심 교육 외 체육, 예술, 인성, 진로 등 전인교육을 지향했다. 외부전문강사를 통한 예술 교육을 실시했다. 다원봉사자와 퇴직교원을 도서관운영 교원자녀보육 등에 고용하면서 실질적인 마을교육 공동체를 실현했다.

‘법에 의한 교육이 아닌 정에의 교육’이 대만 교육의 핵심이었다. 지나친 경쟁 속 잊고 있던 우리의 장점 ‘정’을 살려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를 내실있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학교-기업-지자체로 이어지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선진적인 교육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AI를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 및 활용과 수준별 수업 도입을 위한 고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례발표 및 라운드테이블

◇장인실 치악중 교사=대만은 한국과 굉장히 교육 과정이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어서 조금 더 잘 이해가 됐다. 학교 현장은 활기찼다. 교육과정 내에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두었고, 실제로 기업, 학부모 등 지역의 주체들이 교육공동체로 기꺼이 참여하면서 학생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도 이런 부분이 반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기 평전고교의 경우 굉장히 우수한 학생들이 선발돼 공부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시립고가 없는데, 대만처럼 지자체에서 직접적으로 운영하는 시립 학교가 생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지옥경 봉래초 교감=대만에 방문해 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교육대학교 까지 모든 교육의 체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여서 뜻 깊었다. 그중에서도 국립 타이베이 교육대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대를 나오면 모두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데 이곳에서는 일단 1학년때 설문조사를 한 후 자신의 진로방향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한다. 이후 교사와 적성이 맞을시에는 교육방향을 설정해주고, 안 맞을경우에는 다른 방향으로 권유를 한다. 다른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전혀 어려움이 없는 그런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부러웠다. 그리고 인공지능(AI), 코딩, 디지털 교육 등이 이루어지는데 목적은 교사가 수업을 빠르게 준비할 수 있게 도와서 남는 시간에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이들 수준에 맞춤 개별 학습 등을 목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하고 있는데 시작점부터 달랐다는 게 인상깊었다. 여기에 학부모의 도움 자원봉사 시스템도 부러웠다. 우리도 이전에는 체험학습 갈때 학부모님들도 함께 가주셨다. 우리도 학부모의 자원봉사자 등 교육 참여가 있다면 최근 있었던 체험학습에서 목숨을 잃는 친구가 없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속상한 마음이 크다.

◇김용성 흥업초 교사=쉬는 시간이면 모든 아이들이 뛰어나오고, 어느 학교를 가든 체육시설이 굉장히 많이 구비가 돼 있었다.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굉장히 활발해서 인상깊었다. 우리나라 학교 모습보다도 더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서 굉장히 감동 받았다. '회복 탄력성'이 중요하다 느꼈다. 기초학력부문에서 수포자 등이 생기는 이유는 내가 뭔가 실패를 했을 때 회복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만 아이들은 스포츠를 통해서 굉장히 많은 실패도, 많은 성공도 경험하면서 회복 탄력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밝은모습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교육대 부설초에서 실습하는 모습을 참관했다. 담임교사가 본인의 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실습 전담 선생님에게 맡겨 수업을 시작했다. 개방되어 있는 공간에서 수업을 볼 수 있는 환경이 구성돼 굉장히 특이하게 참관했다.

◇박성은 춘천시 교육도시과 주무관=초등학교 자녀를 둔 엄마로서 이번 대만 교육 현장을 방문한 것은 매우 뜻 깊었다. 밝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을 하는 학생들과, 교육의 공동체로 모두가 참여하는 환경이 서로를 신뢰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우리 아이가 이런 환경에서 공부를 한다면 학령 신장에 무게를 두는 것 보다, 좀 더 행복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교육 기관 및 단체,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도 지덕체(智德體)를 키워나가는 교육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리=이하늘·김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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