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춘천 성원초 2학년 교실.
급식소가 아닌 교실에서 딸기롤케이크, 가래떡, 토핑요플레, 포도주스 등 대체식을 받아든 아이들은 집에서 직접 가져온 도시락과 함께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김가은 학생은 “급식실 선생님들이 오늘 안 오셔서 아침에 엄마가 김밥과 계란말이를 도시락으로 싸주셨다”며 “급식도 맛있고, 엄마 도시락도 맛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경규창
교감은 학생들에게 “급식조리실 선생님들이 강원도교육청과 교육부에게 요청할 사안이 있어서 자리를 비우신 것”이라며 학교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총파업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강원지부를 비롯한 연대회의는 이날 미흡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강원도내 전체 660개 학교 중 450곳 1,600여명의 급식조리사·돌봄교사 등이 참여했다. 국회의사당으로 간 이들은 "국회는 교육공무직을 법제화하고 학교급식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급과 중앙행정기관·지자체 공무직과 동일한 기준의 기본급 120%의 명절휴가비 지급, 방학 중 무임금에 대한 생계 대책 제시, 학교 급식실 고강도 위험 노동에 대한 대책 제시 등을 요구했다.
정인용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장애 학생 지원, 급식, 돌봄, 상담, 환경 정비에 야간에도 학교를 지켜낸다"며 "하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 중앙 정부의 지침이 있어도 교육청만 묶어둔 명절 임금 등 차별은 여전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교육 당국이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파업은 이번으로 끝나지 않고, 학교의 일상은 다시 한번 멈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낮은 처우로 조리실무사 기피
'급식조리사'는 학교 급식실에서 고강도의 노동을 하고 있지만 낮은 처우로 인해 기피하는 직업이 되고 있다.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강원지역 학교급식실 조리실무사 11명 신규 채용이 전원 미달됐고, 올 상반기 정기채용 총 모집인원 140명 중 21.4%의 높은 미달률을 보였다. 이같이 신규 직원 모집도 어려운 데 더해 퇴직자 중 자발적 퇴사인 '의원면직'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강원권 조리실무사 퇴직자 중 의원면직 비율은 2022년 57%, 2023년 59%, 2024년 63%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인력부족 문제에 시달리다 보니 현장에서 산업재해는 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조리 관련 직군에서 81건의 산재가 발생, 2022년(49건)과 비교하면 3년 새 65% 증가했다.
박재경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강원지부장은 "강원도 급식실에서 3년 만에 산재가 65% 늘었다"며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보니 사람이 없고 일이 가중되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학 중엔 77% 소득 감소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회의원실이 지난달 국정감사 당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내 조리실무사는 근로 기간 중 월 290여 만원을 급여로 받지만 방학 중에는 72만원을 받으면서 학기 중 대비 소득이 최대 77%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학 중 임금이 줄어들면서 고정 지출 등 생계가 불안정해지는 게 문제다.
이같은 불안정한 임금 체계로 조기퇴사자는 늘고 있는 추세다. 2023년 상반기 기준 강원도내 조리실무사 입사자 중 6개월 이내 퇴사한 비율은 24.2%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 2022년~2024년까지 3년간 입사자 중 3개월 이내의 퇴사자의 비율은 11.7%, 12.6%, 15.6%으로 상승세다. 이중 매년 평균 13%는 3개월 이내 퇴사한다. 3개월 이내 퇴사자의 비율은 6개월 이내 퇴사자보다 2배 이상 높다. 고강도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 처우 때문에 조기에 퇴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에 발의된 '학교급식법'
강원권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 '학교급식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며 100만 청원 운동에 돌입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강원지부는 “현재 학교급식실은 ‘죽음의 급식실’ ‘골병의 급식실’ ‘절망의 급식실’이 되고 있다. 급식을 만드는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하는 등 산재 백화점이 되었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어 "무상급식이 그저 아이들에게 밥을 주는 의미를 넘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친환경 전면화로 나아가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학교급식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원운동본부는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급식노동자의 안전과 인력기준을 법제도화 할 것과 함께 급식실 외주화 중단,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 학교급식위원회 설치, 급식노동자의 방중 무임금 문제 해결 등을 촉구했다.
지난해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발의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에는 급식노동자의 건강보장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 짓고, 학교 급식위원회의 기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올해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도 조리사, 조리실무사 등 '학교급식종사자'를 법률상 지위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통과 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