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원 선거구가 또다시 거센 조정 바람에 휩싸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최근 장수군 선거구 ‘헌법불합치’ 결정은 인구 기준 중심의 선거구 획정 원칙을 강화, 강원특별자치도 내 일부 지역구가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영월, 평창, 태백 등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에서는 ‘도의원 1명 유지’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 도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강원자치도의 평균 선거구 인구는 약 3만4,297명이다.
헌재가 정한 상·하한선(±50%)을 적용하면 하한선은 1만7,149명인데, 평창1선거구(1만6,049명)와 영월2선거구(1만5,494명)는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반대로 춘천1선거구(5만4,902명), 원주1선거구(5만4,160명)는 상한선을 초과해 분구가 불가피하다. 법 논리로는 당연한 결과일지 몰라도 지역 정치 현실과의 괴리는 너무 크다. 정치적 대표성은 단순히 인구수의 비례 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농산어촌이나 산간 지역과 같이 생활 여건이 열악하고 정책 수요가 복잡다단한 지역일수록 행정과 입법에의 접근 통로는 더욱 절실하다. 도의원 한 명이 해당 지역 전체를 감당하기에는 지리적 범위나 주민 구성, 정책 수요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문제가 있다. 헌재 결정의 본질이 ‘표의 등가성’을 바로잡겠다는 데 있다 하더라도 지방정치가 수도권과 같은 인구 밀도 기준으로 운영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미 강원자치도는 2022년 정선군 사례에서 그 취약성을 드러낸 바 있다. 정선은 인구가 하한선을 밑돌아 선거구가 통폐합되며 도의원 수가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지역 현안을 효과적으로 대변하기 어려워졌고, 이는 주민의 정치적 소외감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정선의 악몽’은 이제 영월과 평창 등지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것은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귀결된다. 더욱이 인구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지방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강원자치도 대부분의 군 지역은 앞으로 더욱 급격한 인구 감소에 당면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기준만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은 지방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정치적으로 더 불리한 구조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는 명백히 지방자치 정신에 반하는 결과다. 도의원 선거구 획정은 단지 인구 수치에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대표성과 행정 효율성, 지리적 여건, 접근성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선거구 획정은 국민의 대표성과 정치 참여권 보장을 위한 기본 틀이다. 또한 선거 제도는 향후 수년간 지역 정치의 구조를 좌우하는 ‘기반 공사’인 만큼, 지금이야말로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때다. 이는 강원자치도의 존재 이유를 지키는 문제이며,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