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가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대형 카페리 여객선을 좌초시킨 일등항해사와 조타수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중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일등항해사 A(40대)씨와 인도네시아 국적의 조타수 B(40대)씨는 22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경찰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던 이들은 선사 이름이 적힌 외투와 모자,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동 중 취재진이 “혐의를 인정하느냐”, “탑승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A씨는 “이 자리를 빌려 많은 분들께 피해를 끼쳐 죄송하고, 특히 임산부께 더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질의가 이어지자 잠시 멈춰선 그는 ‘과거에도 자동항법장치를 켜고 항해했느냐’는 질문에 “직선 항로에서만 자동항법장치를 켜고, 변침(방향 전환) 구간에서는 수동으로 전환한다”며 “(휴대전화로) 네이버를 잠깐 봤다”고 답했다.
A씨 뒤에 서 있던 B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19일 오후 8시 16분께 전남 신안군 족도 인근 해상을 항해하던 중, 퀸제누비아 2호 조타실에서 딴짓을 하다 여객선을 좌초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1,600m 떨어진 해상에서 변침을 해야 했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협수로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도 않았는데, A씨는 사고 발생 13초 전 전방에 족도를 발견해 B씨에게 타각 변경을 지시했다.
B씨는 “전방을 살피는 것은 A씨의 업무이며, 사고 당시 자이로컴퍼스(전자 나침반)를 보고 있었다”고 진술하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해경은 협수로 구간에서 선박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함에도 선장실에서 휴식을 취한 선장 C씨(60대)도 선원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선박의 관제 업무를 담당한 관제사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했는지,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을 태운 퀸제누비아 2호는 지난 19일 오후 4시 45분 제주에서 목포를 향해 출항했으며, 같은 날 오후 족도 위에 선체가 절반가량 올라타며 좌초했다.
이 사고로 3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1명은 임산부였으나 검진 결과 이상 소견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