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지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홍콩의 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로 인한 사망자가 83명으로 늘었다.
28일 홍콩 소방 당국과 로이터·AP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성도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로비층+31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 화재로 83명이 사망한 것으로 이날 집계됐다. 여기에는 순직 소방관 1명이 포함됐다.
부상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소방관 11명을 포함한 76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에서 12명이 위독하고 28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주로 아파트 내부 계단에서 생존자들을 구조했으며, 화재 발생 만 24시간이 훌쩍 지난 전날 저녁에 1명의 생존자를 16층 계단에서 추가로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실종자 수는 당초 추정됐던 200여명에서 변동 사항이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수색·구조 작업이 완료된 이후 최종 실종자 수를 집계할 것이라고 홍콩 소방처의 부처장인 데릭 암스트롱 찬은 설명했다.
찬 부처장은 아파트 고층부에 25건의 지원 요청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화재 진압 및 수색·구조작업에 소방관 1천250명 이상이 투입됐다.
화재가 난 아파트 단지는 2천가구 규모의 8개 동으로 이 가운데 7개 동에 불이 났다.
진화 작업이 대체로 완료된 가운데 4개 동은 잔불 등으로 완전히 불이 꺼지지 않은 상태다. 나머지 3개 동에 대해서도 재점화 방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소방처는 전날 오후 6시 22분께 최고 등급인 5급으로 경보 단계를 격상하고 소방차량 304대와 구급차 98대, 인력 1천250여명을 동원해 화재 진압과 수색·구조작업을 진행했다. 홍콩 반환 이후 5급 경보는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화재 당시 단지는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던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건설현장에서 고층 작업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비계는 통상 금속을 쓰지만 홍콩에서는 아직도 대나무 비계가 사용된다. 당국은 화재·사고에 취약한 대나무 비계를 단계적으로 퇴출한다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외벽에 설치됐던 안전망, 방수포, 비닐막 등도 타고 불이 이례적으로 급속 확산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홍콩 경찰은 불에 타지 않은 아파트 외벽 쪽에서 인화성이 강한 스티로폼 판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건물 내부 환풍구 등에서도 스티로폼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아파트 단지 건물 관리회사를 압수수색했으며 아파트 보수공사를 맡은 업체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체포된 인원은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 등 남성 3명으로, 나이는 52세에서 68세 사이이다.
주민들은 일부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콩 정부는 주민 대피를 위해 관광버스를 동원하고 인근 학교 건물을 임시 대피소로 개방했다.
현재까지 약 900명이 임시 시설에 수용됐다. 피해 단지는 총 8개 동 규모로, 2천 세대에 약 4천800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화재는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재 희생자와 유족, 숨진 소방관에 위로를 전하며, 피해 최소화를 촉구했다고 관영 CCTV는 전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번 화재를 "대규모 참사"라고 규정하며, 대응 총력전을 지시했다.
홍콩 당국은 화재 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5급으로 격상했다.
5급 경보는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 발령된 것이다.
한편,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입법회(의회) 선거와 관련한 모든 공식 활동은 중단됐으며, 존 리 장관은 선거 연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오는 28~29일 열릴 예정이던 ‘엠넷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등 여러 행사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