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기온이 영하권 10도 안팎을 기록하는 요즘 도시가스 점검원 최서윤(60)씨는 매일 아침 종종걸음으로 춘천의 한 아파트단지를 돌며 검침에 나선다. 강추위 속에서 각 가구 베란다에 설치된 계량기를 살피며 숫자를 입력하던 그의 이마에는 금세 땀이 맺혔다.
도시가스 점검원들에게 겨울철은 고통의 계절이다. 춘천지역에서 매달 검침해야 하는 세대만 4,700가구에 이르기 때문이다. 점검원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칼바람을 맞으며 계량기를 하나씩 확인한다. 여기에 고지서 송달, 가스배관 및 보일러 안전 점검 800여건도 담당한다. 집이 빈 경우가 많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퇴근 후, 휴일에도 작업을 이어간다.
최씨는 “하루 2만~3만 보씩 걷고 뛰다 보면 금세 땀이 나 두꺼운 패딩을 입고 일하는 게 오히려 불편하다”며 “핫팩을 손에 쥘 틈도 없다”고 말했다.
강추위보다 점검원을 더욱 위축되게 만드는 일도 있다. 5년 동안 점검 일을 해온 최씨는 “타인의 집에 홀로 들어가 일하는 상황에서 고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경력이 쌓여도 두려움은 줄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건 안전점검 결과 부적합 판정으로 개선권고서를 건넬 때 돌아오는 고객들의 말이다. “도시가스 회사와 업자가 담합해 소비자가 돈을 쓰게 만든다”며 옷을 잡아당기거나 고함을 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번만 더 문을 두드리면 칼로 찌르겠다는 협박도 받았고 개 물림 사고로 오른쪽 팔뚝에 흉터가 남았다.
몸은 칼바람, 마음은 심리적 압박감에 눈물을 삼키는 날이 많지만 그는 오늘도 초인종을 누른다.
최씨는 “가스 검침과 안전 점검은 이웃의 안전과 직결되는 일”이라며 “검침원이 부재 시 검침 안내 스티커를 붙이고 갈 경우 가능한 점검 일정을 문자로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가스사업법 제26조(안전관리규정)에 의해 도시가스 사용 가정이라면 안전점검을 1년에 1, 2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