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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언대]정신응급 현장 통제 아닌 회복·일상 위한 대응 필요

안현국 강원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계장

정신응급 합동대응팀을 아시나요.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적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과 지자체가 함께 현장에 출동해 응급입원과 치료 연계까지 지원하는 협력 체계다. 단순히 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이후의 삶까지 이어가도록 돕는 대응방식이다.

정신적인 어려움으로 112에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 상황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명과 이후의 삶이 달린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을 경찰의 힘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찰은 전국 시·도경찰청에 정신응급 상황을 전담하는 인력, 이른바 ‘정신응급 경찰대응팀’을 두고 있다. 각 시·도 지자체 역시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센터를 중심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지자체가 함께 현장에 대응하는 ‘정신응급 합동대응팀’을 구성해 보다 안정적인 협력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이러한 합동대응팀은 전국 10개 시·도에서 운영 중이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정신응급 상황은 분명 증가 추세다. 강원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정신적 위기 상황으로 병원에 긴급히 응급입원 조치를 한 사례는 2022년 215명, 2023년 280명, 2024년 255명으로 이어졌고, 2025년에는 3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정신적 위기가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이며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지자체 자살예방센터의 위기개입팀은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대상으로 현재 상태를 살피고, 병원 입원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후 치료가 지속될 수 있도록 연계하고, 상황이 안정된 뒤에는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상담과 지원을 이어간다. 경찰은 현장에서 시민의 안전을 우선 확보하고, 이러한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관 간 절차와 역할이 달라 협력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정신응급 상황에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경찰관이 응급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자체 위기개입팀에 연락하더라도 즉시 입원이 가능한 병상이 없는 경우, 다시 ‘정신응급 경찰대응팀’에 연락해 확인과 조정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장은 여러 차례 연락과 확인을 거쳐야 하고, 대응이 늦어지는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만약 경찰과 지자체가 하나의 팀으로 함께 움직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합동대응팀이 운영되면 현장 경찰관은 한 번의 요청으로 입원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함께 받을 수 있다. 응급입원 이후에도 상담과 치료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며, 필요한 경우 경제적·사회적 지원까지 연계할 수 있다. 이는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대응하는 경찰관과 의료·복지기관 모두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강원도는 넓은 지역에 비해 의료 자원이 고르게 분포돼 있지 않고, 고령 인구와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정신적 위기가 곧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그렇기에 정신응급 대응은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함께 움직이는 체계가 더욱 중요하다.

정신응급 대응은 ‘누가 맡아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하느냐’의 문제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효과가 확인된 합동대응 모델이, 강원도 여건에 맞게 정착된다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도적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의 순간이 단순한 통제로 끝나지 않고, 회복과 일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제는 함께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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