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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동주공제(同舟共濟)

강원특별자치도가 병오년 신년 화두로 ‘동주공제(同舟共濟)’를 내걸었다. 같은 배를 탔으니 함께 강을 건너자는 말이다. 말 자체는 고전적이고 단정하다. 다만 이 말이 울리는 자리마다 울림의 깊이는 다르다. 배 위에 서서 깃발을 쥔 이는 강의 방향을 논하고, 노를 쥔 이는 물의 온도를 먼저 느낀다. 물살이 거셀수록 노를 맞추라 하지만, 누구의 박자에 맞출 것인지는 묻지 않는다. 신년 화두는 그래서 선언이 아니라 점검표에 가깝다. 구호는 늘 위에서 먼저 완성되고, 체감은 아래에서 뒤늦게 도착한다. ▼춘추전국시대 기록 속 동주공제는 미담으로만 남지 않는다. 함께 건넌 뒤 누가 노를 더 저었는지가 반드시 기록된다. 동상이몽이면 배는 강 한가운데서 빙빙 돈다. 요즘 행정이 자주 말하는 ‘공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말로는 고개를 끄덕이되, 결정의 방향이 엇갈릴 때 공감은 장식어가 된다. 도민 공모로 화두를 정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공모가 참여의 종착지가 되면 배는 출항조차 하지 못한다. 노를 젓는 손에 물집이 잡히는지, 선두에 선 이가 뒤를 돌아보는지 그 장면이 있어야 동주공제는 문장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수심즉근(水深則近)’. 물이 깊을수록 배는 서로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도민공감 행정’이라는 이름 역시 위기의 수심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달렸다. 제도를 이해하는 것과 제도에 기대 하루를 꾸려가는 삶 사이에는 긴 간극이 있다. 행정이 그 간극을 메우려면 반복이 필요하고, 말보다 시간이 쌓여야 한다. ▼같은 배에 올랐다면 이제 구체적 목적지도 함께 정해져야 한다. 그 깃발이 주민의 생계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 연결고리를 풀지 못하면 동주공제는 표어로 남는다. 배가 강을 건너는 동안 누군가는 젖은 옷을 말리고, 누군가는 노를 갈아 쥔다. 그 수고를 나누지 않는 연대는 오래가지 않는다. 신년 화두는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약속이다. 약속은 기록되고, 기록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언젠가 평가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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