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은 한때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던 지역이었다.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78년, 정선의 인구는 13만 9,00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산업의 흥망과 함께 사람들은 떠났고, 1990년 10만 명 선이 무너진 이후 인구 감소는 멈추지 않았다.
2014년에는 4만 명 선마저 붕괴되었고, 오늘의 정선 인구는 3만 명대 초반에 불과하다.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난 대표적인 인구감소 지역, 그것이 지금의 정선이다.
고령화의 속도 또한 가파르다. 정선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청년 인구 비중은 전체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과연 이 땅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지역은 어떤 선택을 해야 지속될 수 있는가.
이러한 현실에서 정선군은 그동안 축척해 온 기본소득 정책 경험과 지역 여건, 정책 실행 가능성을 바탕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선정됐으며, 지역 여건에 맞게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논의에서 흔히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가”는 물음이다. 그러나 정선에서 기본소득은 그런 논쟁의 대상이기 전에, 이미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 검증돼 왔다.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극심한 위기에 놓였던 2020년, 강원도내에서 정선이 가장 먼저 전 군민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이후 상생지원금, 추가 재난기본소득, 민생회복지원금까지 총 네 차례의 기본소득 성격의 지원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분명히 확인했다. 기본소득은 소비를 늘리고, 지역 상권을 살리며, 무엇보다 군민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기본소득은 누군가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 정책이 아니다. 삶의 바닥을 지켜주는 정책이다. 소득의 불안정성이 일상이 된 농어촌에서, 최소한의 안정이 보장될 때 사람들은 지역을 떠나지 않고, 다음을 계획할 수 있다. 정선이 기본소득을 통해 지키고자 한 것은 바로 이 ‘삶의 지속 가능성’이다.
정선군의 농어촌 기본소득이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재원의 성격에 있다. 정선군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보유한 강원랜드의 2대주주다. 강원랜드는 과거 정선 군민과 지역 사회의 희생과 노력으로 유치된 산업이며, 그 지분은 군민 공동의 자산이다.
정선군은 이 지역 자산에서 발생한 이익, 즉 배당금을 다시 군민에게 환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 운용이 아니라 ‘분배의 정의’에 대한 판단이다. 지역의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다시 지역 공동체로 돌려보내는 것, 이것이 정선형 기본소득의 출발점이다.
지역이 가진 자산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에게 직접 돌아가는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도 유일한 모델이다. 정선이 이 정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기본소득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정선의 농어촌 기본소득은 민선 8기 군정 철학인 ‘기본사회’로 가는 과정 속에 있다. 기본사회란 현금 지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통, 의료, 돌봄, 생활 서비스 등 삶의 기본 조건을 공공이 책임지는 사회를 뜻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이러한 정책들을 하나로 묶는 중심축이다. 소득의 안정이 뒷받침될 때 교통과 의료, 돌봄 정책의 효과도 비로소 완성된다. 정선은 개별 사업을 나열하는 대신, 삶의 구조를 바꾸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 처럼 기본소득은 출발선이다. 정선군은 농어촌 기본소득을 통해 군민의 삶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넘어, 누구나 일상에서 존엄을 누릴 수 있는 기본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쉽지 않은 길일지라도, 군민의 행복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면 정선은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