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숙 시인이 시집 ‘말풍선 속에 그대 이름을 적었어요’를 출간했다. 제목부터가 애틋한 고백처럼 느껴지는 이 시집은, 언어가 미처 닿지 못한 마음의 구역을 응시한다. 오랜 시간 시를 써온 작가의 내공이 ‘말’과 ‘침묵’ 사이에서 정제된 슬픔으로 피어난다. 시집은 전반적으로 그리움과 말의 무게를 주제로 삼고 있다. 시인은 표제작에서 “말은 불입니다 / 꺼내지 않으면 내 속을 태우고 / 함부로 꺼내면, 타인의 속을 태웁니다”라고 적는다. 다 타지 않은 말과 건조대에 널린 하루들 속에서 “비워 놓은 말풍선처럼 / 견디는 자의 하루”를 보여준다. 말의 부재는 곧 감정의 잔향으로 남아 가슴을 친다.
형식적으로 송연숙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상징이 풍부하다. 직접적인 진술이 아닌 비유와 자연의 이미지로 감정을 드러낸다. 눈꽃, 벚꽃, 바다, 커피의 체온, 눌어붙은 국물, 이런 소재들이 시적 세계 안에서 심상을 빚는다. 시인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물 안의 시간을 응시한다. 특히 ‘부엌의 역사서’는 일상의 풍경 안에 여성의 역사, 어머니의 시간, 존재의 무게를 녹여낸다.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어둠”, “구멍 난 뼈가 까맣게 타들어 가는 엄마의 시간”이라는 구절은 감정의 심도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 시에서 부엌은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라, 여성이 감내해온 시간의 흔적이자 생의 무대인 것이다.
이처럼 시인의 시적 세계관은 연민과 성찰의 시선이다. 삶의 고통을 단순히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함께 ‘앓는’ 자세를 취한다. ‘리을의 노래’에서는 자음 ‘ㄹ’ 을 통해 그는 막다른 골목에서도 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노래한다. “리을에는 패배가 아니라 경건이 들어 있었다”는 문장은 이 시집이 가진 중심 사유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꺾임과 낮아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 송연숙의 시를 이끄는 미학이라고 하겠다. 한국문연 刊. 144쪽. 1만3,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