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깊은 숲속에 묻혀 있던 조선시대 사찰터 10곳이 문헌 고증과 현장 조사를 통해 실체를 드러냈다. 불교문화유산연구소가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조선시대 문헌과 고지도를 단서로 진행한 옛 절터 지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감사 인근에서 7곳, 남대 지장암 일원에서 3곳에서 절터가 확인됐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영감사 서쪽에서 확인된 ‘종봉암’ 추정지다. 이곳에서는 건물지와 석축, 샘터 등 사찰 운영의 기반이 되는 유구들이 온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특히 집선문(선이 모인 무늬), 수파문(물결 무늬) 등이 새겨진 기와 조각과 백자편이 다수 출토돼 조선 후기까지 사찰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음을 입증했다. 영감사 남동쪽 일대에서도 기단과 토기편 등이 확인돼, 영감사 권역 전체에 다수의 암자가 군집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남대 지장암 일원에서도 옛길을 따라 3곳의 절터가 식별됐다. 이곳 역시 어골문(물고기 뼈 무늬) 기와와 백자편 등이 수습돼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지장암 주변 불교 공간의 실존을 뒷받침했다. 연구소는 이번에 확인된 절터들이 단순한 수행 공간을 넘어 역사적 특수성을 지닌 곳으로 분석했다. 영감사 일대가 오대산사고(史庫)를 수호하던 수직사찰 역할을 했던 만큼, 주변 암자터들은 사고를 지키던 승병(수직승)들의 거주 및 수행처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연구소는 향후 항공 라이다(LiDAR) 촬영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미확인 유적을 추가로 조사하고,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해 오대산 불교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한다는 방침이다.

